무병단수의 꿈

 

 종종 오래 살기의 두려움은 치떨리게 무서운 현실적 공포를 자극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동산에 올라 시야에 들어오는 낱낱의 도시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정녕 이 커다란 세상 속에 제 한 몸 쓰여질 곳은 없는 건가요. 그저 어울리는 곳에 잘 쓰여져 제몫을 다하고 가는 것을 소망할 뿐인데, 소박한 꿈이라 여겼던 지난날의 희망이 이제사 터무니없이 지나쳤던 갈망이었음을 알아차린다. 아무짝에 쓸모없이 소모되는 삶을 살고있다는 죄책감, 열정의 원동력을 도둑맞아 빈껍데기만 남은채 나를 잃은 모습으로 앞으로를 살아가게 될 것만 같은(이미 그런) 불안에서 시작되었던 오래된 좌절, 거기에 보태지는 현실에서의 중첩적 문제들이 마음을 끝없이 괴롭혀온다.


어느덧, 우울함은 깊어져 무력화 되었다. 조금씩, 더디게, 서서히, 빈 곳을 메꾸며 하필이면 체계적인 짜임으로 스며든 무력감이 영혼의 깊은 곳까지 안착해버렸음을 느낀다. 분명 내게도 목표를 품고 삶의 청사진을 그리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지. 혹한의 계절이 계속되다보면 노력이라든지 의지는 이내, 그런것들 따위!하고는 내팽개쳐버리게 된다.


지금은 내 앞의 버거움만 신경쓰고 싶다. 그러니 격렬하게 어둠에 머물기를 택하겠다. 


기약없는 

채움을 

기다리며, 


@wrong-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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