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골목길, 낯선 동네, 어지간히 삭막해 볼 것 없는 거리가 아니고서야 어디든. 큰 힘 안 들이고 활력과 재미를 보기에 걷기만큼 제격인 취미가 없는 고로, 산책을 하며 요즘들어서는 이전에 보이지 않던 '공간'이라는 의미가 시야에 확장되어 다가온다. '..되게 물리네' 어디를 가도 뻔한 것 같고 이쯤에서는 그다지 메꿔갈 지도가 없다고 느낄 무렵이었다. 중구난방 정찰나서듯 배회하던 발걸음에 잠시 제동을 걸고, 멈추어 서 세밀히 둘러보는 순서. 한 단락의 장이 지고 새 단락의 장이 열린다. 이런 전환의 순간마다 던져지는 화두들이 일상의 권태를 이겨내는데 큰 리프레시가 된다. 사람과 사회, 상성과 역학, 집단과 의식, 모든 존재들이 전경과 배경으로 얽히고 섥혀 그려내는 한덩이의 그림, 공간을 떠나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모처럼 뚜렷히 인지되고나서부터 의식하게 된 공공성과 책무성의 중요. 세간에 나타난 현상을 추적하여 풀어보는 공간 읽기. 생활 속에서 흡수한 모든 경험들이 공부거리이고 배움이다. 


"그 나무는 나의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으며(is bodied), 내가 그 나무와 연관이 있듯이 그것은 나와 연관이 있다." 


@맞물린 것들의 이야기

prev | 1 ··· 42 43 44 45 46 47 48 ··· 112 | next
스몰노트
List Guest
designed by KH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