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새 풀을 찾아

쉴 새 없이 달리는 양들은

잠잘 때와 쉴 때만 제 뼈가 자란다.


푸른 나무들은 겨울에만 나이테가 자라고

꽃들은 캄캄한 밤중에만 그 키가 자란다.


사람도 바쁜 마음을 멈추고

읽고 꿈꾸고 생각하고 돌아볼 때만

그 사람이 자란다.


그대여, 이유 없는 이유처럼

뼈 아프고 슬프고 고독할 때

감사하라, 내 사람이 크는 것이니


힘들지 않고 어찌 힘이 생기며

겨울 없이 어찌 뜨거움이 달아오르며

캄캄한 시간들 없이 무엇으로

정신의 키가 커 나올 수 있겠는가


@ 사람은 무엇으로 크는가, 박노해


짤막한 문장에 삶의 정수가 담긴 시들. 책 펴보기는 왠지 버겁고 긴 글 읽기엔 영 힘이 안나거나, 음악을 들어도 뭔가가 채워지지 않을 때, 시를 찾으면 충만해진다. 나뿐만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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