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where place


창문을 닫는다. 바람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바람에 있어서 우리는 이미 부자다. 오래전부터

 

이봐, 빛은 어디로 갔지

 

그는 손가락을 들어 간신히 구석을 짚는다. 그곳은 뜨거웠다. 

가라앉을 줄 모르는 우리들의 이마처럼

 

높은 곳에서 의지할 곳 없이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그는 작고 날카로운 칼을 꺼낸다.

그 칼로부터 오후가 시작되고 끝난다. 나는 이상한 적유에 시달린다.

 

각도는 빛에서 색으로 변한다. 그는 그 칼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스스로 칼이 되어버린 사내처럼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바람으로만 부유하다. 

이것만이 우리의 재산이다. 이것만이 우리의 고향이다.

 

우리는 바람이 빚어놓고 책임지지 않은 슬픈 고아, 

고아는 고아만을 인정하고 사랑하다 죽어버린다.

이봐, 빛은 어디로 왔지? 라고 나는 더 묻지 않는다. 빛은 그에게 있고 나에게 온다.

그가 긋는다. 그가 긋는 자리마다 틈이다. 나는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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