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법

-사람들 뭐해먹고 사나 그런 이야기 듣는 게 제일 재밌다. 시장 입구 도로 양쪽에는 오래전부터 트럭으로 과일을 떼다 파는 아저씨사장님이 두 분 계신다. 그 자리를 지킨지 족히 10년은 된 것 같다. 물건도 괜찮고 후한 인심으로 얹어주는 넉넉함이 있어서 가끔 가서 사먹는다. 항상 자리를 지키던 분들이기에 그날도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는데 엄마가 과일아저씨 얘기를 해줬다. 

 

과일은 지방 거래처를 다니며 한 번 다녀올 때 700만원 어치 정도를 떼온다고 한다. 평생을 전국각지에서 확보한 거래처와 한 자리에 자리잡고 지켜온 장사 노하우 그 이야기가 너무 듣고싶다. 이제 할아버지 나잇대인데 그 몫을 누구에게 물려줄런지도 궁금하다. 

 

웃기는 건 과일트럭 옆 가게의 주인아저씨가 해줬다는 이야기다. 가게 안에 있다보면 문 밖으로 사람사는 생활상이 다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어느 날부터 과일트럭 주변에 모르는 할배 한 명이 어슬렁거리더니, 매일같이 출근해 개꾼(무슨 의미인지 모르는데 개꾼이래서)노릇을 하며 용돈을 벌어간다는 거다. 시장 주변이다보니 그냥 편히 나와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중노년 아저씨들이 구석구석에 포진해있는데, 그런식으로 과일사장님과 안면을 트고 구렁이 담넘어가듯 가까워지면서 어느새 한자리 꿰차고 들어갔다는 거다. 고용한 적도 없건만 뻔뻔하게 손님응대 하며 멋대로 과일을 팔고 거기서 떨어지는 돈을 조금씩 챙겨 자립형 알바를 한다는데 일당으로 삼사만원 챙겨간다는 것 같다. 과일사장님도 박하게 굴 것없이 안정적으로 벌만큼 버니까 그러려니 하고 봐준다고 한다. 그 성실한 할배 알바생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퇴근 꼬박하며 오간다고 한다. 

 

또 어느날부터는 할머니 알바생을 고용했는지 트럭 옆 가판대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과일 파는 모습이 보였다. '아 그 할머니들이 과일 트럭 알바생이었구나, 다른 과일가게인 줄 알았는데' 동네 할머니들 과일사러 왔다가 소일거리로 알바구해서 하시는 것 같았다. 과일트럭 아저씨가 세력을 넓혀가는 과정.. 옆 가게 주인장은 이 모든걸 안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노라면 사람 사는 게 아주 웃기다고 했다.

 

 

-같은 날, 지나가다가 교차로 노상에서 고구마 판매 준비중인 아주머니를 봤다. 남편이 트럭에 실어온 고구마를 밑으로 내려 어느 분량정도 쌓아두고 트럭은 곧바로 떠났다. 한봉지에 4천원하는 고구마는 상태가 좋았고, 그 가격에 안 살 이유가 없어보이기도 했고, 실제로 자리잡자 마자 손님이 다가갔다. 수북히 쌓아둔 고구마가 몇 시간도 안돼서 금방 팔릴 듯 보였다. '돈은 저렇게 버는건가~ 잽싸다.' 주말이라 단속 나올 걱정도 없고 저런식으로 유동인구 많은 포인트를 짧게 옮겨다니며 요령있게 장사를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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