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설명회에 다녀오다

-어르신의 다단계 권유. 다단계 회사는 어떻게 굴러가나 궁금하기도 해서 시간 많을 때 한번 체험해보고 오기로 했다. 이전에도 몇 번 사행성 돈벌이 참여에 권유받았다. 어디서 그런 정보를 알아오는지 스쳐가면서도 들어보지 못한 창의적인 다단계 사업을 알려준다. 중년 또래에 이런 정보들이 많이 퍼져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인터넷 활용에 약한 어르신이기도 하고, 또래집단에서 화제로 오르다보니 더욱 혹하는 것 같다.

 

역삼에 있는 한 화장품 회사로 갔다. 역삼이 다단계 회사 집결지라고 한다. 강의장은 수십명의 사람으로 거의 꽉 찼다. 수강생은 거의 여자셀러였고 몇 없는 남자는 영업맨이나 현장트레이닝중인 내부 관계자였다. 강의는 세상 좋은 말은 다 가져다 쓴 느낌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임팩트가 약하게 다가왔다. 50분 가량의 강의, 공중파 건강프로그램에 나오는 의사의 말과 정부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증이 신뢰도를 상승시키는 영업 포인트였고(매우 강조), 믿을만 한 수치가 드러난 과학적인 실험결과 자료로 청중의 신뢰도를 굳혔다. 그런 자료가 나올 때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소리가 잦아졌다. SNS에서 다단계업자를 보면 공통적으로 명언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었다. 전문용어와 의료지식이 가미된 강의를 듣고 무언가 채워진 느낌을 가지는 면에서 만족을 얻는건가. 학구적인 자세로 열심히 설명회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후반에는 보스격인 팀장이 나와서 마무리 지었다. 온 다단계회사를 거쳐온 연륜으로 말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다. 화술이 너무 능숙해서 거리감이 있었다. 팀장은 마이크를 전해받은 첫 마디부터 자신들의 제품이 최고, 타업계 제품은 비하로 치고 들어왔다. 화법은 공포마케팅을 사용했다. '얼굴 A부분에 생긴 주름은 보기도 싫고 없어지지 않는거 아시죠? 우리 제품 쓰면 마법처럼 싹 사라져요. 정부기관과 맺은 협력에서 블라블라' 일전에 마트에서 겪은 카드영업 이모의 방식과 비슷했다. 이모는 카드 만들기를 권하며 "에이 한 달에 20만 원도 못써요? 하나 만들어요~" 라고 요상한 불쾌감을 자극하는 식의 마케팅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홈쇼핑 마감 1분전 요법으로 셀러의 적극적인 참여유도를 이끌었다. 외부기관으로 견학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중요한 이유로 인해 특별히 소수선정하여 간택하니 순위권에 들면 좋은 혜택을 받을 것이다라는 기대의 여운을 남기며.

 

강의 후에는 흩어져서 셀러상담에 들어갔다. 강의실에 보이던 정잡입은 남자들이 각자 테이블을 잡고 셀러를 담당했다. 여성셀러들이 주였기 때문에 멀끔히 차려입은 젊은 남자들을 배치한 것 같다. 강의만 들으면 끝나는 줄 알았던 나는 상담시간도 있나해서 떨어져있으려고 했는데 팀장급 사람들이 다가와 초면에 인사도 없이 호구조사가 들어왔다. 그냥 말할 수 있는 거지만 캐내려는 의도가 보여서 건성으로 답했다.

 

처음 어르신은 내게 몇 십만원만 들어간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로 와서 다시 정확하게 투자금을 물어봤는데 이번엔 100만원 초반이라고 했다. 아마도 투자금은 100만원 후반대일 듯 싶다. (오가는 길에 인터넷 검색해봄) 업자들은 그것만 투자하면 추후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절 없을거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르신은 이미 마음이 꽂혀서 말을 들으려하지 않았다. 나가는 길에 복도에서 한 아주머니를 봤는데 정황상 하지 말라는 가족의 잔소리 같았다. 팀장님들 들을까 구석으로 등을 지고 속삭이며 "좋다는데 왜 못하게 해~ 왜그래~ 괜찮은 거라니까~"

 

 

-북수원에 대형마트가 하나 생겼는데 사이비 종교에서 오픈한 지점이라고 한다. 직원도 같은 신도로 채용한다고 하니 물건도 그들이 가서 많이 팔아줄 것 같다. 요즘 부쩍 사이비종교나 다단계업체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들어온다. 점점 더 공격적으로 모습을 내놓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도쟁이부터 하나님쟁이까지, 특히 젊은 신도들이 길거리에 아주 흔해졌다.

 

 

-(젊은이들에게 온라인 마켓이 있다면) 중노년 어르신들은 오프라인에서 사이비 코인과 다단계 영업에 가까이 노출돼있다고 느낀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털리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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