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가르쳐준 것


고3 언저리 어느 때인가, 집에서 티비를 보던 중이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장애우 자식을 보살피며 사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프로그램이었다. 만약 내가 저 아이의 부모라면 장애를 가진 내 아이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혹여나 시간이 지나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나지는 않을까 하며 나의 입장과 책임을 빗대어 보던 차, 시선이 내 앞에서 식빵을 구우며 자고 있던 고양이에게로 꽂혔다. 아! 방금 내가 했던 판단들은 어리석고도 짧은 생각이었구나. 저 고양이에게 눈이 하나 없어진다면 싫어지게 될까? 다리가 하나 없어도? 귀가 한 쪽이 잘려 돌아온다면? 모든 신체적 정신적 장애의 결함을 대입해보아도 대답은 '상관없다'였다. 저 고양이는 존재 자체로 가치 있으며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생명, 받지않아도 행복하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은 대상, 가족으로 연결된 무한하고 초월적인 사랑이란 이런 감정이 아닐까 하고 짐작해본 순간이었다.


@real,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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