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콕 여행(꽉찬 4박5일)

#PLAN_컨셉:강약중강약,가벼운 관광

9.30 ICN(출국)

10.1 BKK, 트랜짓숙소(새벽), 강가 숙소(2박), 카오산로드, 호텔링

10.2 호텔링, 자전거투어(코반카셀), 카오산로드

10.3 도심 숙소(2박), 호텔링, 딸랏롯파이2 야시장

10.4 쿠킹클래스(실롬), 카르마카멧, MBK백화점, 옥타브 루프탑바

10.5 시내구경, BKK

10.6 ICN(입국)

 

#TICKET_편도구매(65만)

ICN→BKK 티웨이, 기내식 없음, 수화물 없음

BKK→ICN 제주항공, 기내식 없음, 수화물 있음

 

#INTRO

 두번째 해외여행... . 막상 어디가면 잘 다니는데 가기 전에 오만 걱정 끌어안고 있는 사람? 여행 갈 때 일부러 해당 여행지의 험한 사건을 찾아서 읽어보고 가는 편이다. 긴장감과 조심스런 마음가짐을 양껏 장착하고 가야 현지가서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풀어져도 일정선을 넘기는 일이 없다. 경계심을 8정도로 설정해놓고 가면 조금 마음을 놓아도 0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여행 전에 치루는 나만의 의식같은 절차다. 많은 여행 다녀본 건 아니지만 조금 긴장이 풀렸다 싶을 때 안 하던 행동하다가 사고나는 경우를 직간접적으로 자주 접해서 안전유의에 대해서라면 백번 강조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상식적으로 행동하기를 잊지말고, 걱정과 위험 대비를 오바해서 하고 간다고 해서 손해볼 건 없다.

 

계획짜는 일은 즐겁다. 꼭 지키려는 목적에서 준비하는거라기보다는 계획짜면서 정보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재밌다. A~Z까지 내 손을 거쳐서 뭐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이유도 있다. 주요 계획이 깨지는 상황을 대비해 지름길 알아두듯 플랜b,c를 러프하게라도 짜둬야 왠지 안심이 된다. 모든걸 상대에게 일임해버리면 공백이 생긴 부분을 파악할 수 없고 프로세스대로 착착 세부사항이 떠오르지 않으면 조금 스트레스 받는다. 상황 파악 안돼서 멀뚱거리는 모습이 싫다.

 

단기여행은 계획이 생명. 첫 방문지니만큼 한 곳에 오래 머물기보다는 가볍게 맛보기로 훑고오는 선에서 강도를 맞췄다. 4주 이상의 장기일정이 아닌 여행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둬야 알찬 시간을 보낼 수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무리가지 않게 체크인아웃 하는 날을 제외하고 이틀 간격으로 배치했다.

 

여행계획에서 뭐니뭐니해도 제일 중요한 일은 숙소 선택이다. 카오산과 도심으로 2박씩 나눠서 숙박할 예정이어서 크게 두 지점을 찍고 주변 호텔을 탐색했다. 듣던대로 호텔이 종류와 가격대별로 천차만별이어서 알아봐도 알아봐도 끝이 없는 지경이라 위치파악용으로 대략 두 지점을 체크해놓고 주변부에서 고르기로 했다. 낯선 태국어 지명과 거리감에 감이 없어서 지도보는게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호텔알아보면서 지도를 하도 들여다봤더니 이 과정에서 동선이 얼추 파악돼 계획짜기가 한결 편해졌다. 호텔은 리바수르야, 스쿰빗12로 정했다. 도심지 호텔을 처음엔 그랑데 센터포인트 리차담리지점으로 예약했는데 바트 디파짓때문에 취소하고 아속역의 스쿰빗12로 변경했다.

 

#HOTEL

더보기

카오산로드

나발라이

난다 헤리티지:외짐

누보시티

리바수르야:리버뷰

이비스

카사 비야마

 

도심지, BTS라인

-내셔널 스테디움역

아카라

머큐어 시암

해피3: 위치애매

-시암역(중심지, 대번잡)

시암 켐핀스키

-펀칫역(중간 번잡)

애드립

인디고:작은 수영장

-아속,스쿰빗역(중심지, 대번잡)

터미널21: 위치교통갑

-프롬퐁역(카페,맛집,마사지 위주)

홀리데이인스쿰빗22

137팔라스:안쪽

-나나역(아랫쪽 환락가)

소피텔 스쿰빗:넓은 수영장, 그늘없음

-룸피니역

유사톤:안쪽, 마지막날 적격, 24시간 체크아웃

수코타이:귀신출몰 소문, 곰팡이

애타스

꼬모메트로폴리탄:조식갑,교통불편

-랏차담리역

한사르

세인트 레지스

그랜드 센터포인트:위치굿, 레지던스형 룸, 세탁기, 통로점도 괜춘

 

강가, BTS라인

-강건너편

페닌슐라

크랩슨더리버 레지던스

-사판 탁신역(수상택시 근처)

샹그릴라

아스테라 사톤:그냥 모텔

-수라삭역(주변에 할거없음, 저녁 트래픽잼)

이스틴 그랜드:역 바로 앞, 한국인 바글

모드사톤:퀘퀘

 

위치 무의미, 교통불편, 휴양용

차트리움 레지던스 사톤

아바니 리버사이드:한국인 바글

 

#USIM&GRAB

더보기

출국 전

1.유심을 주문한다.

-말톡(AIS) 7일 짜리 유심구매 (http://travel.maaltalk.com/ubridge/u/thai)

-공항수령:출국 터미널 위치 확인 후 수령장소 선택

2.그랩어플을 설치만 해둔다.

-가입은 나중에

 

태국공항 도착해서

3.태국 유심으로 교체한다.

-apn설정

-'무료 코드' 등록

4.그랩에 가입한다.

-태사랑 카페 회원들이 올려둔 그랩 가입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100바트×5 프로모션을 얻는다.

-위 쿠폰을 쓰기 전에 grab4w 쿠폰을 등록하여 사용한다.

-프로모션 쿠폰은 이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5.이제 택시(져스트그랩) 탈 준비가 되었다.

-gps를 켠다.

-프로모션 쿠폰을 적용하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요금이 책정되고

 (미리 구글 지도로 소요시간을 가늠해본다)

-끌리는 택시기사 선택

-기사님한테 문자와 확인 전화가 걸려온다. 소통 문자도 수시로 옴.

-화면에 표시된 차량번호를 보고 택시를 알아본다. 

-택시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이용 후 별점평가를 남긴다.

 

 

#TRAVELOG

 

SEP30

0일차

 

 

밤 8시 25분 비행기. 일찍 와서 유심을 찾고 셀프체크인 기계에서 티켓을 발권했다. 10번 줄 잘 골랐다. 뒷줄이 유료좌석이라 텅텅 비어서 의자 제껴놓고 편하게 누워서 갔다.

 

공항구경은 귀찮아서 바로 입국장으로 들어왔다.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는 티켓이라 밥을 먹고 탑승하기로 한다. 아워홈 푸드코트로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진입로인 에스컬레이터 입구 바로 오른편에 카운터를 설치해놔서 그 앞이 주문하는 사람들로 붐벼 순식간에 길목이 막혔다.   

 

비행기는 1시간 30분 정도 딜레이 되었다. 드디어 간다. 잠이 안 와서 한 두어시간 잤나. 준비해온 오락거리도 없어서 심심해 미쳐버리려는 그 때 창 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공항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왜 입국심사장으로 뛰어가라고 했는지 가보고나서야 알았다. 새벽이라 조금 한산할 줄 알고 느긋하게 나갔는데 대기줄이 선 밖으로까지 늘어서 있었다. 지루한 1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수속을 마치고, 셔틀을 타기 위해 약속된 픽업장소로 갔다.

 

트랜짓 숙소로 묵을 곳은 통타 리조트앤스파. 호텔명이 써져있는 피켓앞으로 가서 체크를 하고 셔틀시간을 기다렸다. 초행길의 불안한 마음에 확인차 한번 더 물었는데 직원이 세상 의욕없는 모습이라 우리를 제대로 데려다줄까하는 걱정이 짙어졌지만 알아서 잘 안내해주긴 했다.

 

체감상 가까운 거리는 아닌 정도를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크으. 그제서야 느껴지는 태국의 공기. 입고온 두터운 후드티셔츠 속으로 땀이 송긍송글 맺혔다. 호텔은 잠시 묵어가는 숙소답게 기대할 게 없었다. 2만 5천원.. 방은 넓찍했는데 퀘퀘한 냄새에 침구상태가 좋지 않았다. 배낭여행하던 시절에 묵던 방 퀄리티. 침낭을 항상 깔고잤었는데. 갑자기 그리워지는 배낭여행 무드.

 

새벽 4시. 너무 피곤해서 쓰러져 자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당장 그랩을 써야해서 마저 세팅하고 잤다. 유심과 그랩은 태국 오기 전부터 설명법을 읽어봐도 도대체가 무슨말인지 모르겠어서 에라 모르겠다 가서 해보자하고 신경끄고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생각보다 간단해서 쉽게 처리했다.

 

 


OCT1

1일차

 

 

아침 숙소 앞 풍경. 이 야자수 감성.. 빈둥거릴 틈도 없이 눈을 뜨자마자 체크아웃을 하고 마침 출발하려는 셔틀에 올라 공항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해보니, 새벽에 도착하면 바로 목적지 숙소로 가는 게 훨씬 효율적인 동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공항 근처에 트랜짓 숙소를 잡아서 이동하며 시간낭비 하지 말고 곧장 공항을 빠져나가는 게 나앗을 뻔 했다. 트래픽잼이 없는 시간대라 택시비도 적게 들고, 미리 주변으로 가있으면 편의시설 이용이나 접근성 면에서 좋으니 다음 방문시엔 무조건 목적지로 갈 것이다.

 

수완나품 공항, 그랩을 불러야 한다. 출발지에 suvarnabhumi arrival을 입력하면 저절로 목록이 뜬다. 본인이 있는 층수를 확인하고 픽업지점에서 기다린다. 확인 전화가 걸려오고 문자도 수시로 온다. 우리는 처음에 전형적인 택시이미지만 생각하고 열심히 그 것을 찾았는데 개인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어서 당황했다. 

 

그리고 태국인 성향이 평소에는 온화하지만 (일본인 성향과 비슷하다고) 모멸을 당하면 잔혹하게 복수하는 면이 있어서 언성 높이는 걸 주의하라고 했다. 태국이 총기소지 국가인 것을 잊어선 안되는 게 욱하면 주머니에서 총이 나오는 수가 있다고. 잠시 머물다가는 외국인 관광객으로서 공기처럼 존재하다 가는게 목적이었므로 그럴일이 혹여라도 없긴했지만 항상 되새겼다. 기사아저씨는 친절했다. 

 

서로 엇갈려서 우왕좌왕하느라 출발 시간이 조금 지체됐다. 고속도로는 총 두 번 타는데 요금은 각각 25바트, 50바트이다. 기사님이 요금을 지불하면 택시요금에 합해서 건네주면 된다. 트래픽잼으로 카오산에 있는 숙소까지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됐다. 

 

welcome tea, 녹차에 설탕 탄 맛. 체크인 시간은 2시인데 조금 일찍 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카오산으로 요기 하러 나갔다. 호텔 직원분들이 되게 친절해서 기분좋은 첫인상을 가지고 일정을 시작했다. 카오산로드까지는 걸어서 긴 5분 거리다.

 

조조팟타이. 맛있다. 맛있는데 날이 더워서 그런지 두 세그릇 씩 먹겠다는 초심은 애저녁에 사라지고 한그릇에 배가 불러버렸다. 밥을 먹고 초보 여행객 티가 팍팍 나는 행색을 뿜으며 거리한바퀴를 돌았다. 카오산에서 람부뜨리거리까지. 

 

가는 길에 통신사 대리점가서 유심하나 더 사고, 옷도 사입어야 하니까 둘러보면서 갔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좋은 기분. 실제로 동남아 기후를 겪어보니 한국의 습함은 비할바가 못됐다. 습한 날씨로는 한국이 압도적인 승. 거리에 여러 종류의 샵이 있었다. 저렴한 silver925 악세사리도 있고, 그릇가게도 있고. 금은방을 지나가는데 엑스트라 푼 것 처럼 그곳에만 중국인들이 바글바글했다. 역시 금붙이 좋아하는 민족.

 

잠깐 숙소에 들렸다가 다시 나와서 간단히 맥주 한 잔하고 갈아입을 원피스를 샀다. 람부뜨리 로드에 있는 그나마 제일 나은 어느 가게에서. 아직 적응기라 적극적인 흥정을 하지 못해 250바트를 주고 구매했다. 관광지에서는 부르는 값에 무조건 100바트 이상은 깎아야 적당한 가격이다. 태연한 표정으로 가격 뻥튀기하는 상인들 보면 너무 뻔뻔하다. 옷은 프리사이즈인데 너무 커서 어깨끈을 묶어서 입었다. 거기에 은근히 치렁치렁 걸리적거리던 이 옷은 결국 수영장에서 입는 비치웨어로 전락하고만다. 주렁주렁 거리는 거 딱 질색이다.

 

*한국에서 가져온 옷은 습한 더위와 석회물 세탁에 옷감이 상할 것 같아서 거의 입지 않았다. 옷은 한여름용으로 챙겨오면 좋다. 두께감 전혀없는 얇디 얇은 소재의 옷과 속옷도 제발 가벼운 메쉬소재 여름용으로. 더워서 속옷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조금만 쌀쌀해지면 금방 계절감을 잊어버려서 이렇게 얇은거 챙겨가도 될까 싶은데 무조건이다. 여성용품도 부츠에 가면 쿨소재 생리대나 라이너가 비치되어 있으니 따로 챙겨오지 않아도 괜찮다.  

 

 

리바수르야 프리미엄 리바룸(리버뷰). 앞으로 짜오프라야 강이 흐른다.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고 모든면에서 만족스러웠던 숙소. 방이 길쭉하고 커서 걸어다니는데 다리가 조금 아팠다. 장판 바닥 걸어다니다가 맨발에 딱딱한 바닥 짚고 다니니까 다리에 피로감이 쌓였다. 

 

집에와서 낮잠 자기는 아쉬워서 수영갈 채비를 한다.

 

방콕에 있는 내내 이렇게 비가 내렸다. 태국 오기전에 인터넷으로 사진 검색해보면 우중충한 풍경만 보여서 살짝 감흥이 떨어지려고 했다. 내가 기대한 건 여름나라의 작열하는 태양볕이었는데.. 막상 오니까 날씨는 즐기는데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그새 비가 그쳤다. 리바수르야는 수영장이 룸 가까이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이용하기 편리하다. 

 

나는 수영을 못한다. 예전에 야매로 며칠 배운 것이 전부라 잠수해서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안다. 계속 수영이 하고싶었는데 오랜만에 물을 봐서인지 무서워서 하룻동안은 동동 떠있기만 했다. 수질은 괜찮았는데 동행이 다음날 눈병에 걸렸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그 동행이 핸드폰을 물에 빠뜨려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새로산 유심도 써보지 못하고, 연락도 업무도 사진도 아무 것 할 수 없는 상황에 분위기가 난감해졌다. 

 

조금 놀다가 선베드로 올라와서 휴식,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소고기버거세트를 주문했다. 맛은 괜찮다.

 

오후 4시 무렵 어느덧 예약해둔 레스토랑에 갈 시간이 다가왔다. ESS에 가서 왓아룬 야경을 감상하며 저녁식사 하기로 했는데 수영장에서 시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일말의 고민도 없이 예약을 취소하고 수영을 즐겼다.

  

 

밤이 되어 차한잔 할 카페를 물색하러 나왔다. 비가 내리니까 미리 도어맨 아저씨가 우산을 비치해두고 빌려주셨다. 10바트짜리 꼬치들. 이 맛있는 음식들이 왜 그리 안 땡기던지. 계속 배가 불러있어서 나는 사먹지 않고 한입만 기미상궁으로 조금 맛봤다. 자극적으로 신나는 맛.

 

낮에 고대하던 파파야쥬스를 마셨다. 그런데 감 맛이 나서 당혹스러운거다. 이 맛이 아닌데.. 내 기억이 뭔가 조작됐나. 그래서 이번엔 생과일로 사먹어 보았다. 인도에서 파파야를 너무 맛있게 먹어서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망고 맛있는 줄 모르겠는 난 파파야파. 쥬스보다 낫긴 했는데 분명 그때 그 맛이 아닌 건 확실하다. 파파야맛이 너무 미화돼서 기억에 남았나. 

 

저렇게 큰 사이즈가 겨우 50바트.

 

 

 

밤의 카오산과 람부뜨르 거리, 두 거리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카오산이야 익히 알려진 바 유흥의 절정 위아더월드, 온갖 길거리 노점상이 쏟아져나와 정신을 쏙 빠지게하는 분위기라면 람부뜨르도 그에 못지 않지만 조금은 차분하고 무드에 맞는 라이브펍에서 음악을 즐기며 술한 잔 하기 좋은 차이가 있다. 유흥가 메인거리와 두세골목 안 쪽의 차이. 지금 내나이가 20대 초반이었다면 카오산 분위기를 더 좋아했을거다.   

 

 

원피스 구매 실패로 카오산 팝업 스토어에서 새로운 옷을 한벌 더 구매하고 숙소 근처 카페로 왔다. 50바트 짜리 면나시인데 보풀도 안나고 되게 좋았다. 몇 개 더 쟁여둘걸..

 

뜨거운 레몬티를 주문했는데 아이스가 나왔다. 꼬릿한 걸레맛 같은 특유의 레몬글라스 향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상큼함을 맞이하려는 찰나 쿱쿱한 레몬글라스향이 눈치없이 껴들어서 미각에 훼방을 놓는다.

 

밤의 리바수르야. 조명이 켜져서 더 운치있고 예쁘다. 휴양지 놀러온 느낌 이 물씬나서 감성이 충만해졌다. 저 멀리 파티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소리,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잔잔한 이야깃 소리, 밤수영하는 사람들의 물길 가르는 소리가 열어둔 문 밖을 통해 듣기좋은 소음으로 들려왔다.

 

 


OCT2

2일차

 

 

아침 7시, 날이 밝았다. 아침밥은 방람푸시장에 가서 사먹기로 했다. 늦게가면 시장이 없어진대서 서둘러 나왔다.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여행와서 꾸미는 게 너무 성가셔서 내내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자연인처럼 돌아다녔다.

 

7시 30분.. 일찍 나왔다. 이제 막 출근해서 영업준비중인 상인들. 노점이 문을 열 동안 주변 한바퀴 돌고 오기로 했다.

 

 

아침볕받으며 늘어지게 수면중인 냥이 발견. 편안해보여서 마음이 괜찮다. 여기 냥이들은 쟤처럼 다 얄쌍하게 홀쭉하다. 더워서 입맛이 없는 거겠지 얘들도. 쓰다듬어주니까 금방 고롱고롱.

 

 

 

슬슬 문을 열기 시작한다. 방람푸시장은 8시 20분 쯤 가면 적당하다. 일찍나와서 시간 떼운다고 슬로우 모션으로 어슬렁거려야 했다. 

 

간식으로 먹을 바나나 한송이를 사고, 연유 커피와 그것에 찍어먹는 꽈배기같은 튀김을 사서 까먹었다. 갓튀긴 빵은 꿀맛, 커피는 한모금에 상투스 땡땡. 내가 커피를 안 좋아해서 동행것 맛보기로 조금 마신건데 진짜 감동의 맛이었다. 더운 기후에 최적화된 걸죽한 단맛. 믹스커피가 갑자기 맹탕으로 느껴져서 메이드코리아의 자부심이 잠시 사그라들었다. 알게모르게 우리 것의 자부심을 과하게 가질 때가 있는데 이런 순간 현실감각을 되찾으며 우리것을 좀 더 보완하야 발전시켜야지하는 다짐을 갖는다.

 

이 메뉴 꼭 다시 먹고 싶었는데 아침시장에서만 파는 메뉴인지 돌아다녀도 보이질 않았다.

 

한국인은 밥심, 밥이랑 반찬을 샀다. 현지인들이 길게 줄 서 있어서 우리도 여기로 왔다. 맛있어보이는 걸로 골라 손짓으로 this.. this.. please.

 

여행지에서 나의 비참한 영어실력을 자각하게 될 때, 집에가면 꼭 영어공부 열심히 하고 말리란 다짐을 이젠 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번역기 성능이 너무 좋아져서 내 아이큐로 언어공부에 쏟는 투자 대비 효율이 상당히 가치없어졌기 때문이다. 복권 사지도 않으면서 로또 맞길 바라는 사람처럼 어차피 영어공부 안 할 것 뻔한데 그런 바람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영어보다 한국어 공부가 더 시급하다. 

 

이름은 모르겠다. 게살어쩌고랑 고기감자어쩌고. 덮밥처럼 밥위에 얹어줬다. 가격은 위에 먹은거랑 모두 합쳐서 200바트 정도. 과일이 더 땡겨서 밥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과일이 떨어지지 않는 일상, 삶의 질을 높여준다.

 

 

밥먹고 아침수영. 언제가도 수영장이 널널해서 편했다. 이틀째에는 물에 적응해서 머리를 담그고 제법 수영하는 폼을 냈다. 헤엄쳐서 움직이니까 더 재밌다.

 

선탠해서 건강미 있는 피부톤을 만들어가려고 했는데 그럴틈이 없었다. 선베드에 조금 누워있다보니 다음 스케쥴 갈 시간이 되어서 외출준비를 했다. 느긋하게 있을 예정이었는데 은근히 바쁘다. 아무래도 가만 있는 것 보다 빨빨대고 돌아다니는 게 체질에 맞나보다. 이 돌아다님의 역사는 유치원 빼먹고 동네 골목길 배회하던 습관에서부터 시작한다.

 

구글 길찾기에 표시된 소요시간이랑 실제 시간이랑 비슷해서 이때부터 구글을 적극 신뢰했다. 트래픽잼 심할 땐 10~15분 추가하면 얼추 맞았다.

 

이번 활동은 코반카셀(covan kessel) 자전거 투어. 2시 타임 클래식코스로 예약했다. 여유있게 나와서 수상버스타고 가는 루트로 오려고 했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택시타고 왔다. 늦을까봐 조마조마 우리 두고 가면 어쩌냐며 걱정했는데 다행이 딱 맞춰서 세이브했다.

 

웬만하면 종이 바우처를 프린트해가면 편하다고 해서 준비해갔는데 특별히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다. 필요한 곳만 준비해가면 되겠다.

 

"클래식코스 : 차이나타운-시장-짜오프라야강-사원"

 

인원이 모아지면 바로 근처에 있는 자전거 창고로 이동해서 안전수칙을 전달받고, 맘에드는 자전거를 골라 상태 이상무가 확인되면 일렬로 이동한다. 메인 가이드는 전반적인 설명을 담당하고, 서브가이드 두명이 앞뒤로 달라붙어 교통정리와 팀원을 케어해준다. 빡세게 앞만 보고 달리는 투어가 아니라 느긋한 속도의 강도로 진행돼서 힘들지 않았다. 자전거 상태는 매우 좋았고 부드럽게 굴러갔다.  

 

숙소 나올때부터 날씨가 불안불안하더니 출발한지 얼마 안돼서 비가 쏟아졌다. 오기전에 우비 챙겨가야 하는거 아니냐며 그랬는데 때가되니 알아서 우비를 나눠줬다. 또 얼마안가 물이 필요하다 싶었는데 괜찮은 타이밍에 물을 배급해줬다.

 

기억에 남았던 올드타운, 여행오면 웬만하면 전형적인 관광지스러운 장소는 가고싶지 않다. 피해끼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꾸밈없는 현지인의 공간을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

 

짜오프라야 강변을 달려

 

어딘가에 주차를 한다. 

 

각종 채소와 과일, 꽃을 판매하는 시장이다. 지나가다가 연계맺은 상점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소쿠리의 채소를 한웅큼 잡아올려 팀원들에게 보여준다. 흡사 현장체험. 

 

작은 선물. 우비를 입고 있었더니 사우나에 온 것 같았다. 

 

 

고양이답게. 조금 더 제습성대로 살고 있는 이곳 냥이들. 

 

감자같이 생긴 것을 까면 마늘같은 알맹이가 나온다. 망고스틴스러운 질감의 달짝지근한 맛. 시장돌면서 먹거리 시세랑 시식타임을 줘서 정보습득에 유익했다. 

 

 

강을 건넌다. 미세한 오르막길에 거리차가 벌어졌다.

 

투어하는 길이 겨우 한사람 지나갈 정도의 폭인 골목이 많았다. 골목이라서 꼬불길도 많고 커브도 많고 속도조절도 해야돼서 아주 초보는 참여하기 힘든 난이도 같다. 일정계획 짤 때 자전거투어 하지말고 그냥 우리끼리 렌트해서 구글맵보고 다녀볼까 생각한 적 있는데 안 그러길 천만 다행이다. 방향감각 상실되는 미로같은 골목길을 안내해주는 사람 없이는 엄두도 내지 못했겠지싶다. 

 

사진에 모두 담지 못했지만 매력적인 골목길과 수로변의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자전거투어는 코반카셀과 저스트녹 업체를 주로 이용하는 듯 하다. 코반카셀은 양인  멤버가 과반.  

 

작은 사원으로 들어왔다.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화장실 갈 시간을 주었다. 이것이 데이터를 축적한 숙련자의 노하우.

 

예를 갖추고 불상이 모셔져 있는 사원으로 입장했다. 실물로 영접한 대형불상의 위엄이란. 몇 미터였더라. 특히 숫자 관련해서는 돌아서면 까먹는다.

 

불단에 정성을 올리는 한 불자를 보고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신앙을 어떻게 믿을 것일까. 출신성분으로 타고나는 신분제, 특정 계급의 사업 독점, 분배되지 않는 부, 최저한의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 모든 게 부조화스럽고 불일치인 광경같았다.

 

인도에는 사이클 릭샤라고해서 단거리 이동용 자전거 인력거가 있다. 가장 고된 노동력이 투입되는 이동수단 중에 하나로써 최하위 카스트들이 주로 사이클 릭샤를 이끈다. 마른 성인 3명 까지는 올라탈 수 있는 묵직한 릭샤를 하루종일 죽어라 밟아도 수중에 남는 돈이 얼마 없다. 보통 짧은 거리가 우리돈 몇백원 가량의 10~20루피 시세인데 이 릭샤왈라들의 작은 소망은 자전거를 업그레이드해서 오토릭샤 한번 몰아보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사정이다. 사이클 릭샤왈라들은 그렇게 태어난 이후부터 평생 자전거 안장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노인정에서 여가시간 보내고 있어야 할 나이의 빼빼마른 할아버지들이 온 몸짓으로 낑낑대며 자전거 폐달을 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현생의 삶을 불만없이 충실하게 살아내는 이유가 윤회사상을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록 하층민일지라도 열심히살면 내세에서는 더 높은 카스트로 신분상승할 수 있을거란 희망가가 현생의 어떤 부조리나 고달픔도 감사히 버텨내게 한다. 나도 윤회론을 받아들는 쪽이지만 이들에게 입력된 윤회의 코드가 결코 윤회의 본질과 닿아있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 자유의지에 따른 인간의 상승 가능성을 카르마를 빌미로 억압하는 닫힌 윤회론과 그것을 유지시키는 체제에 회의가 크다.

 

절대 깨어나지 말라는 매트리스, 그 매트리스가 더욱 깊숙히 뿌리박혀 있는 공간임을 느낄수록 답답함에 숨이 막힌다.

 

배고프던 차에 간식을 나눠줬다. 뼈가 녹아들게 단 포도 알갱이가 들어간 포도쥬스와 달짝지근한 쌀과자. 쿠크다스 질감으로 곱게 씹히는 저 쌀과자 되게 맛있었다. 입으로 계속 들어간다. 뒤에 미니 레이칩도 보인다.

 

돌아갈 땐 수상버스를 타고 갔다. 짧은 시간에 할 거 볼 거 다했다. 가는길이 마침 하교시간이라 트래픽잼이 심해져서 인도고 도로고 사람과 차로 미어터졌다. 

 

재밌는 게 그렇게 골목을 비집고 다니고 자전거로 민폐를 끼치고 다녔는데 짜증내는 사람 한 명이 없었다. 카~ 카~ 우리가 지나가면 하이파이브를 걸거나, 동화에 나오는 사람좋은 미소로 웃어주거나 길을 막아도 멀찍이서 느긋하게 지나가길 기다려주었다. 빨리 가라고 닥달하거나 클락션을 울리는 일이 없어서 빨리빨리의 나라에서 온 한국인은 어리둥절 몸둘바를 몰랐다.

 

자전거투어는 매우 만족했다. 다음에 또 온다면 야간투어나 다른 루트로 돌아보고싶다. 크게 한번 훑고 지나가서 감잡기 좋으니 여행 초반에 일정으로 넣는걸 추천한다.

  

자전거 타고 오니 날이 저물었다. 

 

족포차나 야외석. 식탁보에서 쉰내가 심하게 진동했다. 이런데서 위생은 포기하고 먹는 거지만 그래도 너무 했다. 메뉴는 모닝글로리, 푸팟퐁커리, 새우에 밥 한공기를 시켰다. 마지막날 시암파라곤에 있는 쏨분시푸드에 가서 똑같은 메뉴로 시켜먹었는데 쏨분이 좀 더 한국인 입맛에 맛춰졌다면 족포차나는 약간 현지맛스럽다. 둘 다 맛있다.

 

 

 

여행 중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인 트러블,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끝내 화를 내버렸다. 화났을 땐 떨어져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와서 걸었다. 

 

 

바람쐬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욱할일도 아니었는데 속좁게 군 걸 반성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기분으로 시간을 버리고 있으면 안 되지.

 

모듬 과일을 하나 사서

 

카오산으로 왔다. 술한잔 할 펍 찾으러.

 

 

배가 안 고팠는데 한국가면 길거리음식 생각날 거 같아서 후회하지 않으려고 우겨넣었다. 옥수수는 보이는 것만큼의 맛은 아니었다. 무지 질겨서 베어물면 반은 이 사이에 꼈다.

 

코코넛 아이스크림. 달고 맛있다.

 

주전부리를 까먹으며 람부뜨르 거리의 라이브펍에서 흘러나오는 가수들의 노래를 감상했다. 가게마다 스피커 대결을 펼친다. 콘서트장이 따로 없다. 현장감 넘치는 서라운드 음향에 귀가 황홀. 

 

 

어딜가도 분위기는 비슷해서 대충 가서 앉았다. 찜질방 식혜그릇 같은 대용량 바켓 칵테일. 블루베리 맛, 쭉쭉 들이마셔도 줄지를 않는다. 알콜 들어가니까 신나서 또 데킬라 한 잔하고. 

 

기분이 좋아서 아픈 데가 없다. 많은 통증이 신경성에서 비롯. 태국에 와서 음식 가리지 않고 먹고싶은 것 다 먹었는데 탈이 없었다. 한국에서 이 정도 술에 음식을 먹었으면 벌써 몸으로 신호가 와서 여기저기 쑤셨을텐데 별일이다. 손이 아픈뒤로 손이 나쁜 음식을 가리는 바로미터가 돼서, 체질에 안 맞는 음식을 먹거나 불량식품 처럼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바로 손으로 피로감과 통증이 온다.

 

막판에 카오산로드로 가서 길거리 클럽에서 흥을 마무리지었다. 아침에 일어날 생각도 해야하려면 가야지.

 

맛있는데 구하기 힘든 킷캣 아이스크림, 초코바 두 개가 박혀있다. 녹차맛도 못 먹어봤다.

 

 


OCT3

3일차

 

밤에 마신 술의 여파로 숙취가 잠깐 오려고했는데 무사히 지나갔다. 

 

아침밥은 컵라면, 돌아다니다보니 편의점 음식 먹을 시간이 없어서 집에오는 길에 미리 사두었다. 중복되는 맛이지만 매콤똠양라면, 똠양크림라면, 볶음라면... 모두 내 입에 찰떡. 개중에 저 작은 라면이 제일이었는데 칼칼하게 퍼지는 맛을 시큼함이 쏜쌀같이 감싸줘서 뒷맛이 무척 깔끔했다. 이거 먹다가 한국 라면 먹으면 무겁고 느끼하다.

 

그런데 미식가 동행인이 예상외로 태국음식을 입에 안 맞아했다. 몇가락 먹더니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못먹겠다며 수저를 놔버렸다. 의외로 처음에 경계심 많던 나는 입에 맞아서 아무거나 잘 먹었고 동행은 음식을 가렸다. 

 

.

.

.

체크아웃하기 전 틈새시간에 잠깐 수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점심 먹으러 나왔다. 바로 앞에 있는 나이쏘이, 웬만하면 소고기류는 피하자해서 어묵국수를 시켰는데 토핑만 다르고 국물은 똑같다. 국수보단 빠삭한 분짜가 더 내취향. 벽에는, 한국에 나이쏘이 분점을 낸 사실이 없으니 사칭에 주의하라는 안내가 붙어있었다.

 

 

 

밥먹고 산책. 블럭단위로 한 바퀴 크게 돌기로 했다.

 

이쪽 편에도 가게가 많이 있다. 카페, 미용실, 식당, 노점. 미용실 가격이 괜찮아서 파마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극구 말려서 관뒀다. 혼자 왔으면 했을거다.

 

여기에서 본 아이템을 놓쳐서 두고두고 아쉽다. 맥주병모양 마그네틱 뱃지와 100밧 짜리 여름 단화. 신발은 싼티 안나는 은은한 스킨톤에 어디에 코디해도 어울리는 심플한 디자인이라서 교복처럼 신고 다닐 아이템으로 딱이었는데 사이즈가 없어서 그림의 떡으로 남겨두고 왔다. 뱃지야 데코용이니 없어도 그렇다치는데 활용도 높고 실용적인 물건을 놓치면 미련이 크다. 

 

걷다보니 다시 카오산 로드. 발마사지 한 번 받을 때가 왔다. 발마사지는 30분에 150바트로 시세통일이라 어딜가도 비슷해서 발 닿는데로 갔다. 잠이 솔솔 왔다. 마사지 최고다. 

 

길거리 식당인데 깔끔해보이고 항상 만석이길래 뭐라도 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한 곳이다. 자리가 없으니 맞은 편 여행사 사무실로 들어가 앉힌다. 

 

팟타이와 키위쥬스. 역시나 과일쥬스는 아닌 것 같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쿰쿰한 레몬그라스 내음. 쉰걸레로 닦은 컵에 음료를 부어먹는 맛이다. 생과일 사먹는게 훨씬 낫다. 팟타이는 재료가 큼지막하니 실하고, 칠리소스 베이스로 만들어서 굴소스의 짭짤한 맛보다는 상큼한 맛이 강했다. 입 안이 씹는 질감으로 꽉차는 팟타이. 당시에 배불러서 입맛 없는 상태였는데 맛있다는 기억이 남은 거 보면 괜찮은 맛이 틀립없다.

 

12시에 나와서 밥만 먹고 오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새 2시였다. 가방을 찾고 다음 숙소로 가기위해 그랩을 불렀다. 맡긴 가방 안전하게 창고에 보관해두었다가 꺼내줘서 안심했고, 택시타는 것 같으니까 멀리서 보고있다가 정문 밖으로 나와서 짐을 실어주신다. 좋은 인상으로 남은 리바수르야.

 

1시간 달렸나

 

아속역, 가성비 쏟아지는 호텔로 유명한 스쿰빗12에 왔다. 숙소 옮기고 이동하는데 은근히 피곤하고 시간소모가 많이 돼서 이런 날은 특별한 액티비티는 피하는 게 좋다. 

 

 

스탠다드 룸, 11층에서 바라본 전경. 전형적인 비지니스 호텔느낌이다. 딱 있을 것만 있고 깔끔했다. 룸컨디션도 만족.

 

 

오자마자 또 수영. 수질이 그리 좋지는 않다. 수영장이 나무에 둘러쌓여 있어서 그런지 물 위로 나뭇잎이나 불순물같은 먼지들이 조금 떠다녔다. 물론 나는 신경 안쓰고 잘 놀았다.

 

한창 놀고있는데 채 20분이 지나지 않아서 동행이 춥다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어어? 난 이제 조금 몸풀고 재밌어지려는 찰나인데? 그와 즐기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또한번 느낀다. 동행이 처음부터 단박에 에너지를 팍 집중해서 끝내버리는 스타일이라면, 나는 간을 보다가 점차적으로 발을 담그고 한번 들어가면 죽을 치고 있는 스타일이다. 

 

누군가가 밥먹는 스타일이 다른 생활양식에도 적용되는 면이 있다고 했는데 통하는 맥락이 있는 것 같다. 밥을 먹을 때 음식이 나오면 동행은 경계심 없이 이것저것 시도하며 빠른 속도로 배를 채우고 수저를 놓는다. 한 가지를 주구장창 먹기보다 여러가지를 조금씩 맛보기를 좋아한다. 반면, 나는 선뜻 낯선 음식에 손을 대지 못하고 관찰하며 반응을 살핀 후에 야금야금 맛보다가 괜찮으면 본격적으로 한 가지만 공략한다. 완전히 정반대의 기호를 가졌다. 

 

씻고 외출준비 하는 새에 밤이 됐다. 

 

목적지는 딸랏롯파이2 야시장.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무슨 표끊는 줄부터 사람이 미어터졌다. 퇴근시간까지 겹쳐서 플랫폼에도 대기줄이 쭈욱, 지하철 2~3대 보내고 탈 수 있었다. 방콕 트래픽잼 말만 들었는데 지하철까지 포함인 줄은 몰랐다. 지하철 한 번 타고 나오니 극심한 피로감에 젖었다.

 

길을 몰라도 인파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야시장에 닿아있을 것이다. 입구에서 다들 기념사진을 찍는다. 부끄러워서 나는 찍지 않는다.

 

구경은 뒤로하고 일단 홀리쉬림프로 간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쏟아져나왔는지 신기할 지경.

 

 

모듬에 스파게티 면을 추가했다. 혀가 얼얼. 맛표현이야.. 맛없는 게 이상하니까 생략. 립은 제공되는 소스보다 해산물양념에 찍어먹는 게 더 맛있었다. 짭조름하니 부드럽고 야들한 맛.

 

계산할 때 영수증을 확인해야 하는 게 점원들이 은근히 계산 실수를 잘한다. 별거아닌데 뭐지 싶게 음료 가격이 몇십바트 추가돼있다거나 하는식으로.     

 

 

목 말라서 딸기음료수 하나. 얼음이 반이라 한번 쭉 빨면 종료. 태국에서 얼음 먹고 장염걸리는 일 잦다고 조심하랬는데 큰 일은 없었다. 챙겨간 스멕타를 뜯을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야시장 안에 옷가게, 식당, 카페, 악세서리샵, 네일샵 등이 있는데 특히 먹거리 종류가 없는 게 없었다. 네일 시세는 기본 150~200밧, 여권 케이스는 80밧. 여권 케이스가 의외로 질이 좋고 싸구려티가 안났다. 컬러도 다양하고. 쓸데없다며 사지 않았는데 후회된다. 식당에는 중국인들이 많았는데 정말 음식을 전투적으로 무섭게 해치웠다. 

 

 

아이스크림, 각종 꼬치, 롤, 스시, 맛있는 간식이 지천에 널렸는데 배불러서 그림의 떡으로 남기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해산물찜만 먹고갈 수 없어서 조금 소화될 무렵 간단하게 농어튀김 한 마리 주문했다. 채소는 쌈 싸먹는 게 아니고 데코인데 재탕을 많이해서 먼지투성이다. 왠지, 생선에 꼬챙이가 그대로 꽂혀있는 게 무서워서 조심런 스냅으로 흰살만 공략해서 발라먹었다. 담백 짭짤하고 단물나는 청아한 맛. 

 

야시장을 둘러보니 태국인들의 외식이 생활화 된 일상이 와닿았다. 데이트 나온 어린 커플도 마구 잘 사 먹는다. 그리고 여기와서 처음으로 이렇게 몰려있는 태국인들을 보니까 특유의 인상이 구분된다. 리바수르야에서 만난 얼굴인데 여기에도 있네. 

 

오레오 토큰

 

숙소에 가려면 골목 (한인타운 지하 주차장)입구에서 툭툭을 타고 가야 한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인데 그러기엔 시간낭비하는 기분이라 걸어가진 않게 된다. 별말없이 전화로 툭툭 플리즈하면 빨간색 툭툭이 데리러 온다. 부탁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툭툭 너무 자주 부르면 민폐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전화하는 것도 싫어함)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수시로 태워다주기때문에 운좋으면 콜없이 왕복 운행중인 툭툭에 얹혀가면 된다.

 

여행와서 기본 2만보씩 걷는다. 지쳐서 바로 쓰러졌다.

 

 


OCT4

4일차

 

조식먹고 바로 나가야해서 6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끝냈다. 조식 메뉴는 간소하게 있을 것만 있다. 소시지가 짜지 않고 담백해서 계속 먹었다. 좋아하는 크로와상도 꼭 챙겨먹는 필수 뷔페템. 한국인 많은 호텔답게 김치도 있다.

 

9시에 쿠킹클래스가 있다. 귀찮게 지하철 환승하고 갈 엄두가 안나기도 하고 택시타도 소요시간에 별 차이가 없길래 그랩을 타기로 했다. 8시에 로비로 내려와서 바로 근처에 있는 그랩을 불렀는데 대단한 트래픽잼으로 인해 5분이면 올 거리를 20을 기다렸다. 도심지에서 그랩은 20분 전에 미리 불러두는 걸로.. 

 

아속에서 총논시까지 30분 남았는데 불안불안했다. 장보러 가니까 시간 맞춰 오라고 했는데 놓치게 생겼다.

 

그랩 기다리는 동안 나와서 주변 탐색,

 

 

염려한만큼 아주 늦진 않았다. 그치만 이미 선발대는 장을 보러 떠났다. 아쉽지만 사람들이 돌아올 동안 근처 구경을 하기로 했다. 

 

 

 

 

 

골목길은 계획적이지 않아서 좋다. 신도시의 잘 구획된 도로는 깔끔하기는 해도 자연스러움이나 인간미가 없어서 걷는 재미나 매력이 덜하다. 걸어다니는 뚜벅이에겐 길거리 특색이 중요한 인프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네에 정신없고 요란한 핸드폰 대리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게 맘에 들지 않는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까지 합해 도로 미관 망치는 주범이니까.

 

2층에는 조리실겸 복도, 클래스룸, 리빙룸이 있다.

   

 

구경하는사이 장보러 간 선발대가 도착했다. 사물함에 짐을 넣고 앞치마도 두르고 손을 씻고 교실로 모였다.

 

날마다 요리하는 메뉴가 조금씩 바뀐다.

"목요일 메뉴:똠양꿍, 팟타이, 그린/옐로우커리, 망고밥"

 

예쁜 식기도구와 비쥬얼. 한국인 정모장소 실롬. 둘러앉아 데면데면 어색한 웃음으로 첫인사를 나눈 뒤 수업을 시작했다. 첫번째로 할 것은 오늘 할 요리의 밑바탕이 되는 코코넛밀크 만들기. 망고밥 쌀 안치는데도 사용하고, 똠양꿍, 커리에 도 쓰고 기본으로 들어가는 소스다.

 

그러고보면 코코넛도 참 돼지처럼 어느하나 버릴 것 없는 좋은 친구다. 비건 커뮤니티 사다나포레스트에서도 코코넛을 골수까지 탈탈 털어 유용하게 활용했었다. 코코넛 알맹이는 먹고, 꼭지는 그릇 닦는 수세미로 쓰고, 껍데기는 재로 태워서 세재로 사용했다. 부엌에 성게같은 코코넛 꼬다리들이 항시 널려있었다. 

 

 

준비된 모든 것에 수강생들은 수저만 얹으면 된다. 채에 담은 코코넛에 물을 흘려주고 주물주물 하면서 코코넛물을 짜낸다. 3~4번 반복하면 저런 질감있는 코코넛밀크가 나온다. 

 

이제 똠양꿍 만들 차례다.

 

 

선생님이 앞에서 재료에 관한 설명을 하며 다듬는 시범을 보여주신다. 기승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에 가면 소스도 향신료도 다 있으니 거기서 사란다. 다들 빵터졌다.

 

따라한다. 수강생의 수줍은 니즈를 파악했는지 인스타그램에 올리라며 사진찍을 시간을 넉넉히 주셨다.   

 

공간 자체가 예뻐서 만족스럽고 좋았다. 작은병에 담긴 건 소스다. 팜슈가, 피쉬소스는 기본 셋팅.

 

재료를 다듬었으면 조리를 한다. 접시에 있는 것을 모두 털어놓고 휘저으면 끝. 요리과정 자체는 간단해서 만들어먹기 쉬운데 한국에서 재료구비하는 게 문제다.

 

만들어서 바로 시식한다. 모두 똑같은 재료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맛이 각기 다른 게 재밌다. 다들 자기같은 음식을 만든다.

 

뭘 만들어도 내가 한 맛이 나. 그래서 웬만하면 남이 해준 밥이 좋다.

 

 

다음은 팟타이 만들기. 타이마늘은 껍질째로 뭉겐다. 하얀 건 두부. 쪽파같은 것은 그린 어니언, 계란 홀더는 귀엽다. 

 

 

(중간중간 망고밥도 준비해둔다.)

 

오일에 으깬 마늘과 두부를 넣고 볶다가

 

남은 재료를 넣고 계란을 깨서 스크럼블을 만든다. 새우와 불려둔 면을 투하하고 기호에 맞게 소스를 덜어서 볶는다. 이때에도 선생님은 수강생들에게 콜을 외쳐서 열심히 요청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신다.

 

든든한 팟타이. 벌써 배 불러서 큰일. 

 

"이번엔 옐로우 커리를 만들거예요."

 

점점 간소화 되는 재료 손질. 

 

중불에 코코넛밀크와 오일, 터머린페이스트, 팜슈가, 피쉬소스(or간장), 치킨조각 등을 넣고 젓는다.

 

 

치킨이 익을만하면 강불로 올린다. 국물을 끌어와서 수분 날리듯 저어준다. 거품이 보글보글 일며 걸죽해지면 그릇에 담는다.

 

어정쩡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었다. 이쯤되니 다들 배불러서 나눠주는 밥은 극구 사양하고 커리만 먹는다. 식기 반납하면서 보니까 나도 그렇고 거의 절반 이상은 남겼다. 신선하던 재료가 순식간에 눈 앞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변하는 걸 보니까 죄책감이 들었다.

 

마지막은 그린커리.

 

선생님이 재료 예쁘게 얹으라고 소리친다. 어미를 노젓는 리듬으로 늘어뜨리는 태국어 억양의 영어, 뭔가 중독됐다.

 

마지막에 강불이 포인트.

 

얼떨결에 밥을 받아왔다.   

 

마지막 망고밥. 엥 무슨 과일에 밥이냐 그게 무슨 조합이냐 께름칙했는데 먹어보니까 편견이 깨진다. 밥이라기보다 달콤한 찹쌀 약과같다. 쫀득쪽득한 밥에 향긋한 망고 올려서 먹으면 잘 어울린다. 포만감도 느껴지고 괜찮은 간식이다.

 

이렇게 해서 클래스는 마무리, 12시 조금 넘어서 종료됐다. 마지막에 레시피북을 나눠줘서 유용했다. 꼭 만들어먹을 날이 오길 바란다.

 

 

끝나고 가는 길.

 

근처에 있는 에브리데이 카르메카멧으로 갈 예정이다. 카르메카멧은 아로마 향제품과 패션잡화류를 파는 편집샵이다. 더워서 힘을 빼면 안되기때문에 뚝뚝을 타고 가기로 한다.   

 

 

 

카르마카멧에 온 목적. 방수천 에코백(300바트). 깔별로 사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고심하다가 기본 아이보리와 청록색 컬러를 골랐다. 청록색 에코백이 갖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물욕 버튼 눌리는 아이템이 한가지씩 있을텐데 나는 그것이 에코백이다. 활용도 높고 실용적인 물건 좋다못해 사랑한다.

 

마분콩 백화점에 왔다. 마분콩은 짝퉁시계, 핸드폰 악세서리 아이템이 쇼핑목록으로 알려져있다. 터미널21이나 파라곤 같은 세련되고 모던한 백화점 분위기와 달리 약간 오래된 감성의 옛 동대문 밀리오레나 용산 전자상가같은 시장 느낌이 든다. 

 

짝퉁시계 상점의 주 고객층은 여러 나라 아저씨들. 깐깐하고 섬세하게 비교해가면서 정품사듯이 신중히 구매하는 모습이다. 부자들이 정품과 가품을 적절히 매치해서 쓴다던데 그런가보다. 시세는 3800~4200바트 부르던데 무조건 마이너스 1000 바트 뺀 가격으로 생각하면 적당하다. 시계에 관심없어서 몰랐는데 구경해보니까 나름 재밌다. 이 외에 스마트폰 액정필름이 가성비가 좋고 패드 케이스도 많이들 제작해 가는 것 같다. 마트시세도 고메마켓과 별반 차이 없다.

 

그리고 짝퉁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부 태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짝퉁사용을 선호 하게된 이유가 기후 영향도 있어보였다. 더운 날씨에서는 옷감이나 원단이 잘 상하기 때문에 값비싼 소모품에 돈을 투자 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있다. 나부터도 여름 옷가지는 한 철 때울 것으로 사서 가볍게 걸치고 다니는 편인데 아마도 짝퉁사서 기분만 낸다는 마인드로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 같았다. 

 

.

.

.

지상철 바깥 시야, 건물에 붙어있는 대형 현수막에서 익숙한 스펠링이 보였다. 유튜버 양수빈, 뭐하는 유튜버인지는 모르겠는데 현수막 규모와 홍보 스케일을 보니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듯 싶었다. 

.

.

.

백화점 한바퀴 돌고 체력 소진. 오후에도 스케쥴이 있어서 시간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 바빠서 수영할 시간이 없다. 

 

이번 목적지는 지하철 몇 정거장 거리에 있는 옥타브 루프탑 바. 첫번째 그랩 아저씨는 교통체증을 도저히 못뚫고 오겠다고 취소해달라고 요청해서 다른 그랩을 불렀다.    

 

 

 

5시부터 7시까지 해피아워타임이다. 아무리 자릿값, 분위기값이라지만 칵테일이 많이 밍밍해서 아쉬웠다. 

 

사방이 탁 트여서 기분전환 된다. 

 

해지는 광경

  

 

 

 

조명, 감각적인 음악, 야경... 7시쯤 비가 쏟아졌다. 있을만큼 있었으니 귀가. 

 

 


OCT5

5일차

 

마지막 날이다. 조식먹고 일찍 체크아웃 하고 짐을 맡겼다. "7시쯤 올게요." 편하게 벨럭서비스를 신청해둘까했는데 공항까지 접근성 나쁘지 않은 아속역이라서 하지 않았다.     

 

 

아쉬운 수영장 한 번 둘러보고 간다. 방이 고층에 있으니까 수영장 오가는게 일이다. 가볍게 다녀오기엔 조금 성가시고, 두고온 짐 있으면 올라갔다 와야해서 지친다. 수영장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저층에 묵는 게 좋을듯.

 

빨간 뚝뚝

 

모던한 지상철 디자인. 맥도날드 옐로우.

 

밖으로 나와서 마켓과 부츠에 들러 물건가지들을 샀다. 내 물건은 라면, 무설탕 건과일, 레틴a크림, 코코넛오일, 바디오일, 마사지오일, 연고, 마담행 비누, 선실크헤어팩, 폰즈파우더. 

 

마담행 비누는 잘쓰고 있다. 비누 세안이 잘 맞아서 언제부터인가 클렌징 제품은 얼굴 몸 따로 두지 않고 올인원으로 비누로 통일했다. 클렌징 제품을 줄였더니 피부컨디션에도 훨씬 도움된다. 건과일도 여러개 사와서 먹어봤는데 망고가 씹는 맛도 그렇고 제일 낫다. 폰즈 홍진영(진분홍색) 비비는 색이 너무 어두워서 분홍색과 섞어써야 적당하다. 그래서 분홍색을 대용량으로 구매하고 하늘색, 진분홍색은 작은걸로 사왔다.  

 

쇼핑하고 시암 파라곤으로 왔다. 공간이 여유롭고 큼직하다. 

 

쏨분씨푸드. 새우는 말라비틀어져 앙상했으나 모닝글로리와 푸팟퐁커리는 매우 맛있었다. 나는 건더기 위주로 먹어서 양념은 잘 안 먹는 스타일인데 요플레 뚜껑 핥아먹듯 흔적도 없이 해치웠다. 쏨분 푸팟퐁커리는 사람에 따라 조금 느끼하다고 여길수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호불호 갈리는 맛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밥먹고 카페거리 갈까하다가.... 피곤해서. 몰에 있는 아무 카페로 들어왔다.

 

종업원은 메이드복을 착장하고 매뉴얼에 따른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앉아있을 곳이 없어 경직된 자세로 서있는 마담의 표정에는 일거리없는 지루함과 곤욕스러움이 내내 뭍어났다. 일하는 사람이 불편한 기운을 보이면 나도 불편해진다. 

 

창 밖 뷰. 빌딩숲 틈에 대저택

 

맛있다.. 재료를 아끼지 않은 풍성한 식감의 당근케익. 우리나라 이디야 정도 가격대로 이런 공간과 서비스를 누릴 수있는 물가가 매력적이다. 

 

한 것도 없는데 멍때리고 있다보니 금방 오후가 됐다. 

 

방콕 도로 기본값

 

 

요상한 도시계획. 골목끼리 이어지도록 연결돼있지 않고, 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끝이 막혀있어서 갇히는 구조. 빽빽한 도시에 뚱뚱한 건물이 쉴새없이 올라간다.

 

.

.

.

(마지막 날이라서 사진이 얼마 없다.) 

 

멀리가지 않고 주변에서 맴돌다가 저녁에 숙소로 돌아왔다. 도어맨 아저씨가 리무진택시 공항까지 500바트래서 완전 오케이 했다. 

 

새벽 1시 비행기인데 밀릴까봐 8시쯤 출발했다. 과하게 서둘렀다. 도심지 빠져나오는데에만 오래걸렸지 고속도로부터는 뻥뻥 뚤려서 50분만에 도착했다. 기사님은 소통을 갈망하는 친화력 좋은 사람이었다. 이것저것 설명해주려 말걸기를 시도했는데 영어 짧은 본인은 대화를 이어갈 수 없어 그 눈빛에 부응하지 못했다. 아저씨는 귀에 마이크폰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기사님들끼리 무전처럼 실시간 도로사정을 알림해주는 어플을 쓰기위해서였다. 주고 받은 음성 메시지가 시간대별로 기록돼있었던 유용하게 만들어진 어플. 불편한 환경이 업그레이드를 촉진한다.

 

그래서. 무슨 말을 저리나누나 의아했는데 호텔측에 안전하게 가고있다는 확인전화와 어느 길이 빠르다는 정보공유 메세지를 보내는 중이라는 설명을 친절하게 덧붙여줬다. 매사 정보에 목마른 나는 투머치토커가 싫지 않다. 내일은 후아힌 가는 스케쥴이 잡혔다며 멀지만 괜찮은 벌이를 획득할 수있는 건수에 아저씨가 흐뭇해하셨다. 

 

공항에 다다르자 출국하는 항공편을 물어본 후 해당 항공사 플랫폼에 내려줬다.

 

9시.. 일찍와서 카운터가 닫혀있다. 

 

간단히 끼니 떼울겸 1층 푸드코트로 갔다. 현금을 쿠폰화해서 결제하는 방식, 가격대는 60바트 정도로 국수, 덮밥, 볶음밥이 주요 메뉴다. 여기는 '스트리프 푸드'라는 상호명에 너무 충실한 퀄리티를 보여줬다. 주문한 족발덮밥과 계란볶음밥에서 쿰쿰한 누린내와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하여 도저히 못먹겠어서 몇 수저 뜨고 포기했다. 딸려나온 국물도 한입 먹자마자 누린내에 감염돼서 포기. 

 

소중한 120바트를 잃었다. 2층 레스토랑가에서 사먹을껄..

 

카운터가 열렸다. 심상치않은 분위기.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부산행 비행기가 딜레이됐다는 안내. 국적기부터 저비용항공 순으로 이륙하는건지 제주항공편은 유난히 대기시간이 밀려났다. 

 

서울행은 일정대로 출발. 캐리어 합산 무게도 가능하다는 확인완료.

 

 

티켓팅하고 좌석번호를 잘 봐야한다. 우리가 통로좌석 원한다고 하니까 직원이 노윈도우싯롸잇? 되물으며 확인했고, 웃으면서 친절하게 그림까지 그려가며 체크받았는데 탑승하고나서 봤더니 창가자리로 배정해놨다. 미묘한 엿을 선물받은 기분이었다.

 

 

갓 비닐벗겨낸 새 항공기. 앉자마자 숙면에 잠겼다. 

 

\]

[ㅔㅛㅅㄱㅁㅁㄴㅇㄹ호'

여행 끝. 현실감각 이퀄라이징 하는데 3주..

 

-THE END-

 

스몰노트
List Guest
designed by KH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