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현장실습 후기-요양원

실습기관:노인 요양원

실습비용:10만원

실습기간:2017.12.4~2017.12.22(하루 8시간, 15일, 총120시간)

실습대학 등록비:25만원

오프라인 수업:2017.11.19~2018.2.25(5회차 수업)

 

1. 실습준비

 실습을 예정된 일자보다 한 달 앞당겨 시작하게 됐다. 정원이 꽉 차서 대기 걸어두었던 가까운 실습대학으로부터 개강 바로 5일전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실습 준비에 들어갔다. 1학기 과정을 마감하고 실습을 앞둔 시점에서 당시만해도 현장실습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많은 글을 읽어봐도 뒤죽박죽 정리가 안 돼 막막했었다. 그치만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에 막연하기만 했던 실습도 하면 또 다 하게돼있더란 뻔하고 도움되지 않는 말을 실습에서 해방한 자로서 나또한 어쩔 수 없이 하게된다.

 

수업 계획서에는 1회차 수업(O.T) 후에 실습기관 섭외에 들어가라는 공지가 있었다. 그 다음 바로 일주일 뒤인 2회차 수업에 실습처 정보와 학생 프로파일을 제출하기로 돼있다. 실습과정은 커리큘럼상 절차가 있었어도 수강생 특성이 본업이 따로 있는 성인들인 점, 개인 사정에 기관 사정 등 여러 변수가 겹치는 걸 감안하여 데드라인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유도리 있게 각자 여건에 맞춰 실습이 진행됐다. 실습과 수업 방식은 담당 교수님 성향이나 재량에 따라 많은 부분 좌우됐고, 오티에 참석해 가이드를 받아오니 계획짜는데 감이 생겼다. 

 

실습처는 걱정했던 것보다 쉽게 구해졌다. 실습하고싶은 분야가 따로 있긴 했는데 자격이 안 되거나 섭외시간이 부족해 원하는 기관으로 가진 못했다. 검증 안 된 학은제 출신에게는 주어진 선택지가 그리 폭넓지 않다. 보통 정규 대학 학생들이 가지 않는 아동센터나 요양원으로 많이 나간다. 그래서 같은반 약 40명 학우분들 대다수가 아동센터 아니면 요양원에 서 실습을 마쳤다.

 

요양원을 선택한 이유는 집에 곧 노년기를 맞이할 부모님이 있기도 하고, 지내온 활동반경에 어르신을 접할 경험이 드물어 이 기회에 요양원으로 가보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궁해서 선택한 걸 지라도 뭐든 명분을 갖고 임하려는 편이다.

 

*교육원

-교육원 알아볼 때 광고 천지라서 헷갈렸다. 몇 군데 상담전화 돌려보고 친절한 곳에 등록했는데 꼼꼼한 플래너님 만나서 끝날때까지 스케쥴 잘 챙겨주셨다.

-실습요건! 반드시 선수과목을 수강해야한다. 플래너가 이런 기본적인 케어도 안 해주는 데가 많다함. 선수과목 수강 안 하고 실습대학 등록해서 꼬인 학생들이 여럿있다고 함.  

 

 

2.기관섭외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에 어중이 떠중이가 많듯이 실습기관 섭외 시에도 예외가 아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길 부실한 자본금으로 겨우살이 운영하는 기관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연륜 쌓을 기회없이 슈퍼바이저가 된 선생님들이 밑으로 실습생을 받는 경우, 지도해줄 노하우가 없어 배움없이 끝마치고 오는 실습생들이 널렸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하나라도 아낀다고 백주대낮에 불을 다 꺼놓고 입에는 거미줄을 친 채 아이들은 구경도 못하고 하루종일 마늘까기 업무만 하다 온 아동센터 실습생이, 일지를 대체 뭘로 채우냐며 상담해왔다는 비슷한 류의 일담을 여러개 들었다. 엮을려면 마늘까기 작업도 그런대로 의미를 갖겠지만 실습목표와 아주 동떨어진 업무를 내내 하다오게되는 실습처가 널렸다는 현실을 감안하고 알아보면 좋겠다. 

 

또 교수님께서는 야매 실습으로 허자 자격증 발급이 난무하다보니 2018년부터 협회 실습 조건이 까다로와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변경사항을 듣기로 근본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실습은 공공기관에서 하게 됐다. 비영리를 추구하는 공기업은 사기업 조직과는 뭔가 다른 마인드가 있을거라는 기대를 안 하려고 해도, 아닌걸 알면서도 품고 갔다. 이상주의자의 결함이 처음에 자꾸 되도않는 환상을 그리고 시작하는데 문제가 있는데 현실을 보면 빨리 깨지긴 한다. 아무튼 한창 바쁜 연말에 실습 나가게 되어 시기가 좋지 않았지만 워낙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기관 관계자들은 학은제 출신 실습생에게 기대하는 바 없음이 온 기운으로 전해졌다. 거의 반투명인간처럼 지내다가 왔다고 보면 되겠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요양원이 실습하기 여유로운 기관으로 소문나있어서 미리 알고 이쪽으로 실습나온 분들이 많은걸 알았다. 실습기간 동안 3명의 실습생 동료와 정기 자원봉사자를 몇 봤는데 다들 그렇게 전략적으로 기관을 활용했다. 

 

 

3.첫인상

 요양원 내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총 6명 계셨고 각자 맡은 담당분야가 있다. 내 슈퍼바이저 선생님은 사례관리 담당인데 관심있던 분야라서 뭐라도 좀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생겼다. 그러나 말이 슈퍼바이저지 다른 선생님들 포함 출퇴근 인사나 프로그램 시간 때 빼곤 얼굴 보기가 힘들었고, 사무적인 용건만 나눌 뿐 선을 긋고 선을 내어주지 않아 사적인 대화를 걸 수 없었다. 사회복지사 한 명 당 분기와 연간 실습생 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랜덤으로 부여된 슈퍼바이저는 명목상이고, 출퇴근 싸인이나 실습지도자 의견처럼 서류에 증명이 필요한 최소한의 부분을 맡아주는 정도의 역할이었다. 꽁꽁 닫힌 분위기에 다가가기 힘든 거리감을 갖게 했다. 사실 내쪽에서나 거리감이지 선생님들에겐 무관심 혹은 존재감 없는 상태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첫 날, 복지사 선생님들과 원장님께 가볍게 인사를 하고 담당 구역으로 배정받았다. 사회복지사실에서 실습하는 줄 알았는데 출근하자마자 사무실과 멀리 떨어진 요양동으로 건너가 한 유니트의 요양보호사 조장님께 양도되었다. 그렇게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어중간한 위치에서 불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3주를 보내게 됐다. 라운딩 과정없이 어리둥절 요양보호사 조장님께 인계된 나는 통성명 후 '아무것도 도울 필요 없이 어르신 말벗만 해드리면 된다'는 말을 조언받고 실습을 시작했다. 그 도울 필요 없다는 뜻이 배려나 인사치레가 아닌 텍스트 그대로 노터치, 관여하지 말아라의 의미라는 걸 그땐 알아 채지 못했다. 실습생에겐 요양보호사 업무를 일절 시키면 안 된다는 지시때문에 나는 멀뚱멀뚱 놀아나는 애물단지 노동력이 되었다. 요양원에 나가면 육체노동이 필수라고 해서 앞치마와 장갑을 챙겨왔는데 손에 물 묻힐 없으니 그것도 쓸모없어졌다.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 깨지는 상황을 보는 건 신경쓰이는 일이다. 기관 특성상 면역력 약하고 거동에 주위를 기울여야 할 어르신 머무는 요양원인데 최소한의 안전·감염관리 교육없이 투입돼서 무엇을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요양원 복도는 죽은 공간처럼 차갑고 휑한 공기가 감돌았고 자극거리가 없어서 모든 발달을 소멸시키는 냉한 분위기였다. 구석에 널린 형식뿐인 소독제는 손 길 안탄 지 오래된 느낌이 역력했고, 사용하는 외부인이나 직원이 거의 없었다. 무언가 작은 관리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4. 요양원 일과 및 프로그램 활동

아침>체조>개인스케쥴>프로그램1>점심>프로그램2>저녁

 

요양원구성/요양원 구조는 유니트 케어 시스템이다. 한층에 간호 스테이션과 몇 개의 개별 유니트가 있고, 전체가 공유하는 공동거실이 크게 하나 있다. 소그룹 유니트당 20명 내외의 어르신이 4인실 방에서 함께 생활하며 각 유니트에도 개별적으로 작은 거실이 딸려있다. 공동거실은 주로 가족 면회때 이용하고, 어르신들은 보통 각자 속한 유니트 거실에서 티비시청을 하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티비는 무조건 kbs1 채널 고정이다. 한 유니트엔 4~5명의 요양보호자가 교대로 상시 근무하고 있으며 모자란 손길은 공익요원의 도움을 받는다.

 

*유니트 케어 시스템:구조와 목적만 유니트 케어 시스템일뿐 일반 병실의 적막, 단절감은 여전했다.

*kbs1:그렇게 오랫동안 kbs1 채널을 시청한 적은 처음이다. 거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었다. 왠지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 예방차원에서 봐야 할 채널같은데 이미 아픈 사람들이 주요시청층이라는 게 아이러니했다.

 

프로그램은 오전, 오후 하루에 두번 나누어 기본 1~2시간 예정으로 진행되는데 별다른 자극없는 무료한 요양원에서의 프로그램 일정은 직장인의 점심메뉴만큼이나 어르신들의 관심과 기대가 지대한 부분이다. 유일하게 숨통 트이는 시간인지라 서로 먼저가서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출석경쟁이 치열하다. 성격 급한 어르신은 아예 아침체조가 끝나거나 점심먹자마자 프로그램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인데, 이게 사실은 프로그램이 재밌어서 열의를 보이는 것이라기보다 교도소 생활같은 요양원에서 그나마 주어진 활동다운 활동이기에 사람과 접촉 할 기회(사회생활)를 가지려 참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크게 프로그램 두 번, 식사케어 두 번하면 공식적인 하루일정이 끝난다. 요양원의 60%는 치매 어르신이고 그 다음으로 경미한 인지장애를 동반한 근무력증 환자 어르신이고, 그 외 기타증상을 가진 어르신이 나머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물리치료실에는 작업치료실이 함께 동주해있는데 자유이용이 아닌 스케쥴 이용이다. 

 

프로그램 구성/프로그램은 크게 내부 프로그램과 외부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내부 프로그램은 사회복지사가 기획·주관하는 활동으로써 시즌별 큰 행사부터 자잘한 요양원 문화와 연결된 활동으로 짜여져있고, 외부 프로그램은 페이를 주고 섭외한 강사, 재능기부 성격의 프로·아마추어 봉사단처럼 협력 단체 주체로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여는 자율의지도 있지만 보통은 어르신의 잔존능력 여부에 맞게 인원수와 목적에 맞춰 참여시키는 편이었다.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미리 요양원 내선전화로 "누구누구 어르신 보내주세요" 연락이 왔다.

 

내외부 프로그램의 주된 구성은 단순하게 노래부르고 율동하는 음악치료 비중이 70% 이상으로 채워져있었는데 그 대상과 난이도가 치매어르신을 중점으로 짜여있기 때문에 대상별 세세한 커리큘럼 마련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지적활동을 추구하고 보통 이상의 인지력을 가진 어르신들은 프로그램 활동에 무료하고 재미없다는 평을 보였다. 재밌는 어르신(치매)만 재밌고, 흥미없는 어르신은 하루 종일 방이나 거실에 갇혀 무료한 시간을 겹으로 견디는 일상을 보내게 된다. "프로그램 안 가세요?" "매번 노래부르고 춤추고 뻔하잖여. 그냥 여기 있을래"

 

코멘트

-[고스톱 프로그램] 요양원 전용화폐를 판돈으로 걸고 한다. 돈이 걸린 경쟁 앞에서 살아나는 어르신들의 초분별력과 집중력이 재밌게 보였다. 그때만큼은 인지장애를 겪는 어르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보다 또렷한 정신집중을 보여주셨다. 은근한 긴장감과 심리전.. 남자어르신 테이블에서는 싸움이 나기도 했다.(험악하고 무서움)

-[휠체어 라이센스 대회] 성취감 증진 목적. 진지하게 임하며 어르신 스스로 뿌듯해하고 보람을 느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프로그램실을 메우는 설레이는 활력.. 사람에겐 성취를 느끼는 경험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협력형 미술치료 프로그램] 세대교류 목적으로 아동과 팀웍을 이뤄 활동하는 프로그램. 산만하고 정신없는 부분이 컸다. 가까워질 시간없이 짝궁이 돼서 서로 어색하고 데면데면하고.. 번개불에 콩구워 먹듯 무언가 활동했다는 예쁜 그림만 나오는 아웃풋이라서 진정 어르신을 위한 활동이 맞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대교류 취지는 좋지만 서로 그림 연출하기 좋은 홍보활동으로 윈윈했다는 느낌만 남는 게 주된 감정이었다. 활동하는 아이들도 잘 챙겨줘야 하는데 겉옷입은 채로 그림그리다가 옷에 묻혀가는 애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비싼패딩에 물감 뭍은거 보고 해맑게 "엄마한테 혼나는데^0^" 아아 저런.. 

 

 

5.사수

 어디든 일하러가면 파트너로 만나는 사람의 성향이 비슷하다. 빈틈없는 FM 일벌레 스타일의 유형이 짝으로 잘 배정된다. 이같은 성향의 분들은 같이 일할 때 조금 피곤하리만치 타이트해서 긴장되고 심신이 편치않은 면은 있지만 나중가서 도움되는 면이 크긴 하다. 이번에 만난 요양보호사 조장님도 비슷했다. 실습 중 조장님의 부재를 뜨문뜨문 느낀 순간이있었다. 팀에 조장님이 함께 호흡할 때와 조원들끼리 일할 때 분위기에서 묘한 능률차를 보였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서 긴장감이 풀렸는지 사소한 실수가 반복되거나 여유를 부리는 등 어수선하게 우왕자왕 헤매는 일이 자주 발생됐다. 어쩔수없이 엄격하게 분위기를 지배하는 쪽으로 규율을 조성하는 회사 입장이 이해가기도 했다. 윗사람이 자리에 없을 때 직원들의 일하는 자세를 보고 업무에 수동적인 태도가 뭘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다. 

 

 

6.라포형성

 할 일이 없었지만 손놓고 빈둥거릴 수만은 없었다. 치매카페에 가입해 글을 읽고, 알림판이나 소식지 코너에 부착된 게시물을 찾아다니며 기관과 질병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다. 클라이언트에 관한 프로필도 일절 비공개여서 천천히 접근하고 관찰식으로 갈 수밖에 없어서 파악하는 과정이 더뎠다. 실습생에게 정보 일절 비공개인 부분은 이해간다. 클라이언트와 소통하기 위한 첫단계는 라포형성이다. 이론에서 귀에 딱지가 붙게 들은 라포형성, 곧 관계맺기. 사람 간에 신뢰감있는 관계형성이 맺어져야 고민도 털어넣고 핵심 문제에 침투할 수 있음은 상식적인 말이다.

 

*치매홍보 사이트:교육이수 프로그램도 있고 그렇다. 업계관련자가 아닌 이상 정보를 취하는데 접근성이 떨어지고 형식적이었다. 네이버카페가 더 정보량이 많고 실용적이었다. 그런 사이트가보면 구색은 잘 갖춰져있는데 컨텐츠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이용률없는 중소기업 공식홈페이지느낌.  

 

어르신과 라포형성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첫 대면에는 안면 트는 단계이니만큼 어느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인데 말이 조금 길어진다하면 요양보호사 샘이 다가와 주의를 줬다. 노인네들은 질투가 심해서 한 사람과 오래 얘기하면 겉으론 티는 안내도 무척 서운해하고 시샘하니 대화를 자제해달라고 말이다. 외부인이 들어와 뭔가 활동하는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즉, 귀찮은 일 만들지 말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속뜻이 담긴 말이었다. 샘들 일하는데 방해받는 느낌 들지 않게 강약조절하며 어르신께 다가가는 게 미션으로 주어졌다. 남자 어르신들은 방에만 계시는 경우가 많아서 대화하려면 꼭 방으로 찾아가야 했는데 사정상 방문이 힘들어서 라포형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7.남과 여

 여자 어르신은 적응력과 융화력이 좋아서 두루두루 유하게 어울리는 반면 남자 어르신은 표현이 적고 의중파악이 어려워 가까워지는데 어려웠다. 붙임성있게 다가가서 권해야 마지못해 응했고, 회유로 다가가야 바깥과 연결되었다. 싫은 기색을 곧이 곧대로 해석해서 방치하는 건 바른 대응이 아니다. '난 항성이고 당신은 행성이야' 마치.. 사람 사이에 선이 하나 있다고 치면 여자 어르신은 먼저 한 발 다가와 경계를 허무는 식이라면, 남자 어르신은 네가 먼저 이 선을 넘어오면 그 때 우리 사이 어떻게 될 지 생각해볼게 하는 늬앙스를 풍겼다. 외부나 타인으로부터 영향받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에너지.. 어디선가 줏어들은 말인데 남자는 변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그 말이 갑자기 이해되었다. 그러나 가까워지는 시간은 오래걸릴 지라도 남자어르신에게는 또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속정이란 것이 있다. 실습 끝나는 날, 무뚝뚝하게 말을 아끼던 한 남자 어르신께서 오늘 가냐는 짧디 짧은 한마디에 무언의 깊은 감정을 느끼고 마음이 찡했더랬다. 표현않지만 묵직하게 다가오는 무언의 정 같은 거. 

 

유니트 거실에 가보면 주로 여자어르신들만 나와서 티비시청 하고 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굳이 수다를 떨지 않더라도 사람 틈에 머무는 자체가 좋아서 그냥 나와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교성 있는 남자 어르신이 함께 어울릴 동료(커뮤니티)가 없어서 외로워하거나 심심해하는 일이 돋보였다. 동성 간 교류로 얻는 만족도가 있을텐데 그쪽으로 충족되지 않는 면이 느껴졌다. 사람과 닿지 않는 시간이 쌓여 이유야 무엇이 되었든 무료함을 느낀 어르신들은 시간 날 때마다 복도를 어슬렁 배회하며 자극거리를 찾아 다녔다. 사람만 보면 "뭐 재밌는 거 없어?"

 

프로그램 참여시에도 반응차가 있다. 여자 어르신은 감정표현이나 반응하는 액션이 크고 적극적이어서 피드백을 얻기 용이했지만 남자 어르신은 참여한 자체만으로 큰 반응 하나를 내비춘것이기에 관심없으면 자칫 지나쳐버릴 염려가 있어서 남자어르신의 드러나지 않는 정적인 표현을 세심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었다. 또 다른 차이는 남자 어르신은 상대와 격이 다르다 싶으면 어울리려 하지 않는 면이 있었다는 점이다. 소위 말해 자신과 비교해 격차가 드러나는 인물과는 섞이지 않으려는 성향이 보였고 그런 구분없이 한데 어우러져있는 환경에 스트레스가 있어보였다. 아무래도 그 세대에는 사회생활하는 여성이 적었기에 이 특성은 서열이나 계층을 경험한 남자어르신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남자 어르신과 통성명을 나눌 때 첫인사는 보통 자신의 사회에서의 지위나 특화돼있는 지식을 설명하는 이야기로 물꼬를 튼다. 그리고 남여불문, 바깥에서 사회(조직)생활을 했거나 지적 활동을 추구하는 어르신들은 프로그램 퀄리티나 질을 유치하다고 여겨서 더욱 홀로 고립, 떨어져 있으려고 했다. 요양원 비주류 어르신이 더욱 외로워지는 과정이었다.

 

부드럽고 유연한 여자 어르신보다 그렇지 않은 남자 어르신들의 병과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어렵지않게 납득갔다. 실제로 3주 동안 거실 한번을 나오지 않고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있는 남자어르신이 상당했다. 남자방에 가보면 침울, 정적, 고요 정체돼있는 죽은 공기가 흐르고, 여자방은 조용하더라도 잔잔한 활기가 돈다. 남자방에는 사랑의 기운이 감돌지 않는다. 그리고 남자 어르신은 씻기 싫어하는 분이 많다. 결론, 요양원 내 흩어져있는 남자 어르신을 위한 커뮤니티 체계가 개발되지 않은 환경이 크게 와닿았고, 이 점은 내가 느낀 것과 같이 요양원의 과제라고도 했다.

 

 

8.클라이언트와 요양보호사

 어르신이 속마음을 열어줄 때 조금이나마 신뢰를 얻은 것 같아서 다가간 노력에 보람을 느꼈다. 어르신들은 일방적으로 수발 받아야하는 입장에서 직원과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본인의 안위가 평탄하리란 것을 인지하고 있다. 내 몸의 복지가 요양보호사의 터치에 달린 이상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므로 불편한 게 있더라도 속내를 감추는 방향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떻게 보면 수발받는 일이 자존감에 상처입는 일인 것 같다. 거동만 불편할 뿐이지 주체적인 정신과 의지는 살아있는 상태인데 작은 일 조차 도움 청해야하는 상황을 주관과 자존심 쎈 어르신은 어려워하기도 한다. 요양원이란 공간에서 인간의 존엄을 누리기는 힘든일이라고 생각했다. 늙고 병든 노인의 입장이란 게 그런 것 같았다. 

 

어르신과 요양보호사는 사적인 영역을 밀착하여 지내기 때문에 가까이 지내다보면 생활 스트레스 및 짜증이 몸짓으로 베어나오기 마련이다. 부모님 나잇대이기도 해서 요양보호사 샘들이 편하게 어린아이 대하듯한 말투를 쓸 때가 있는데 그런 어투를 반기지 않는 어르신은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게 보인다. 특정 당사자에게 나무라듯 잔소리하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다른 어르신이 조심스레 눈치밥먹듯 지켜보거나 혹은 듣고있다가 그런 분위기에 주눅들고 의기소침해진 표정을 짓는다. *우리가 바닥에 누워있으면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혹여라도 밟고 갈까봐 불안하고 움츠러들게 되듯이, 통상 침대에 누워있거나 휠체어에 앉아지내는 어르신의 시선으로서는 관계자들의 높이 떠 있는 시선이 더 민감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 측의 관계성을 놓고 봤을 때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의 정서적 지지 역할까지 감당하기엔 요양보호사 샘들의 업무가 육체적으로 고된 감이 있어서 과중업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적 케어는 약간은 분리된 영역으로써 다른 루트에서 보충되거나 요양샘이 그 영역까지 커버하려면 전문성이 높아지므로 봉급을 더 줘야한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서적 케어에 관한 매뉴얼과 교육이 너무나도 부재하고 다뤄지지 않는 상태라고 느꼈다.  

 

클라이언트

A어르신:하루종일 세상 등진 표정으로 힘없이 침대에 누워 멍하니 계시던 여자 어르신. 자식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마주치면 기운없는 미소를 띈다. 티비 조금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어울리려다가 말고, 의욕없이 누워 창 밖만 바라보고 있는 게 전형적인 마음의 문닫고 희망잃은 우울증 환자의 모습이었다. 우울증을 겪어봐서 그 표정과 생활 패턴이 무슨 심정인지 와닿았다. 요양보호사 샘께 어르신 상태를 물어봤는데 "저 어르신 우울증이라서 원래 저런다. 냅두라"는 말만 들었다. 손길없이 방치중. 우울증 어르신에 대한 조치나 매뉴얼이 디테일하게 없는 듯했다. 

 

B어르신:강직하고 독립적인 성향에 민폐끼치기 싫어하는 성정. 가끔 걷기운동으로 복도 한 바퀴씩 돌고온다. 적적하고 쌀쌀한 복도가 어르신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의 전부이다. 신앙에 의지하며 그힘으로 버틴다. 프로그램에 거의 참여하지 않지만 미사할 때 만큼은 경건하게 임한다. 한달여를 기다린 미사인데 10분만에 끝나서 너무 아쉬웠다. 종교기관과 연계한 영성 프로그램이 더 마련되었으면 했다. 대화상대가 없어서 거의 혼자 지내셨고 사람들과 선을 두었다. 요양원에서는 임종하지 않고 보통 죽을 때 되면 요양병원으로 옮겨간다고 알려주었다. 고독이 짙은 어르신이었다.

 

C어르신:재잘재잘 수다쟁이 고령의 여자어르신. 언제봐도 흐트러짐없이 깔끔하게 옷매무새를 갖추고있다. 외출하거나 프로그램실로 향할 때 항상 거울을 보며 점검하고 나선다. 할아버지께서 군대를 두 번 다녀왔다고 한다. 그 때 혼자 집안 살림 떠맡게 돼서 고생을 엄청하셨다는데 젊을 때 남편없는 집에서 어른 모시고, 지게지고 무거운 거 들며 고생하던 게 늙어서 어깨와 팔통증으로 왔다고 한다. 90세부터 팔통증이 왔는데 80세까지 살고 죽었으면 아프지 않았으려만 지금까지 살아있다가 여기저기 아프다고 빨리 죽고싶다는 말을 하셨다. 그런 소리 하지 마시라고 차마 빈말을 할 수 없었다. 아픈 노인에게 오래사세요란 말이 과연 덕담인지 악담인지. 할아버지께서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온 이유를 물어봤는데 그 당시 제대로 복무를 증명할 종이 쪼가리가 없어서 두 번이나 끌려가셨다고 했다. 전쟁통 지리산에서 총알이 눈앞으로 날라가는 광경을 숨어서 지켜보며 살아남으려고 양말에 물을 짜서 목축이며 생존하셨다고 한다. 세아들이 살뜰히 챙겼고 그 중 뒷바라지를 가장 많이 한 아들이 자주 찾아왔다.

 

요양원에 고령 어르신이 제법 있다보니 전쟁세대 이야기를 가끔 들었다. 치매로 기억을 잃었어도 전쟁 트라우마는 여전히 기억속에 각인돼있어, 어르신들 자다가도 소리 지르거나 하는 걸 보면 일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참 그렇다고 했다. 

 

D어르신:정치인을 닮은 60 후반 젊은 남자어르신. 깨어있는 한 하루종일 요양동을 배회한다. 중얼거리며 복도 가장자리로 좌측통행을 지키며 배회한다. 식사시간에 챙겨주지 않으면 반찬없이 밥만 금방 몇 술 뜨고 다시 일어나 사라진다. 밥먹는 데도 흥미가 없다. 무한배회하며 소모되는 체력과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해 야윈 모습이다. 가끔 배회하지 않고 앉아있는 경우는 걷다가 조금 힘들 때, 주의를 끄는 무언가가 보일 때이다. 흥미는 5분이상 가지 않고 다시 일어나 집중할 거리를 찾아 배회한다. 공연 프로그램 참여했을 때 최대 30분 앉아있는 것은 보았다. 복도가 휑하니 주변환경에 자극거리가 없어서 더 무한대로 배회하는 것 같았다. 모두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어도 베어있는 태를 보면 사회에서의 생활상을 예측할 수 있다. 상스런 욕을 많이 내뱉었지만 하루이틀 쌓은 것이 아닌 기품과 위엄은 얼굴에 콧물이 흐르고 있어도 감춰지지 않았다. 음악에 간혹 몸이 반응할 때가 있는데 절도있는 춤사위가 예삿것이 아니었다. 한창 사회에서 영향력 발휘할 연령대인데 크나큰 사회적 손실이라고 생각했다. 치매가 뭐길래.. 질병중에서도 유독 치매는 너무 슬픈 질병처럼 느껴졌다. 마음의 짚어지지 않는 다른 부분을 건드리는 슬픈 감정.

 

F어르신:70대 여자어르신. 푸근하게 대해주셔서 가까이 지냈다. 자식 다녀간 간 날은 유난히 적적하고 공허해했다. 자식이 쥐어쥐고 간 용돈봉투와 창밖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없이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 뭐하고계세요 어르신?" "아니 그냥.. 마음이 조금 그렇네" 자식 얼굴 보는 걸 기뻐했지만 자주 오라는 말 만큼은 절대 꺼내지 못했다.

 

G어르신:발랄한 분위기메이커 60대 여자 어르신. 대화에 막힘이 없어서 처음에 치매어르신인 줄 모르다가 얘기 하다보니 10초전에 했던 말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알게됐다. 한 요양쌤이 혼란스러워 하는 내게 말했다. "여기~ 멀쩡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자식이 자주 면회오는데 기억을 못한다. "밖에서 아들이랑 맛있는 거 드시고 오셨어요?" "(민망해하며)응? 내가 아들을 만났어?" 입담좋은 어르신은 요양원의 분위기 메이커이기 때문에 프로그램할 때 강사 만족도가 가장 좋다. 리액션이 중요한 프로그램·행사에 꼭 참석시킨다. 늦은 나이에 방판하며 뜨거운 볕에 화장품가방 메고 다니다가 팔에 상처가 생겼다. 요양원내에서 60대는 막내라인이다. 

 

H어르신:타 유니트에 사는 소녀감성 여자어르신. 조용하면서도 개성적인, 모든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출석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어느날 어르신이 있는 방에 가봤는데 책상에 만다라 그림책과 색칠도구가 펼쳐져있는 걸 보았다. 사부작사부작 항상 무언가 하고있는 취미많은 어르신. 프로그램시에도 세심하게 집중해서 마이페이스로 활동하는 모습이다. 섬세하고 예술성 높은 어르신인데 받쳐주지 않는 환경에 마음에 걸렸다. 이 어르신도 뭐 (재밌는 활동) 하는 거 없냐고 내게 자주 물었다. 내 프로그램에도 섭외했다. 주변에서 정신없이 굴어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고 작업에 열중한다. 가지고 계신 아이템이 세세하게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했다. 

 

I어르신:단짝과 함께 다니는 치매어르신. 대단한 집안의 최고여대 출신이다. 내게 매일 어디 대학교 나왔냐고 물어본다. 요양샘이 어르신을 보면 "아유~ 우리 oo병원 따님~"이라고 추켜세워주면 뿌듯해하며 좋아한다. 평소에 온화한듯 조용하게 있다가 그런 얘기가 나오면 자랑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요양샘이 이 어르신은 그런 거 알아주면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배경을 알게 되었다. 보이는 휴지를 모두 품속에 숨긴다.  

 

J어르신:단독실 쓰는 치매어르신. 치매증상 중에 '의심이 심해진다'가 있다. 프로그램실에 모두 모여 앉아있을 때 항상 중얼거리며 혼잣말을 하길래 다가가서 들어봤다.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태세로 "저X이 내 옷 훔쳐가서 입고 있다" 단체복이라서 똑같은 차림새인데 동료들이 내 물건이 빼앗가 간 도둑놈이라고 적개심을 보인다. 의심으로 매사에 공격적인데도 가끔씩 본래의 침착한 성정이 튀어나올 때를 보면 뭔가 씁쓸했다.    

 

 

9.연출

 '보이는 것의 30%를 가감하라' 실습일지 작성하며 느낀 점인데.. 하는 일의 80%가 어르신들 휠체어 이동과 식사보조하기이고 나머지 20%가 환경미화, 잡일, 교육 등인데 보다시피 질적으로 크게 하는 업무가 없던 관계로 일지의 방향을 클라이언트 관찰식으로 기록했다. 예를들어 프로그램 시간에 '눈사람 그리기'를 진행했다치면 보통 70% 완성된 밑바탕에 보조 도움 절반이 들어가고, 어르신 본인의 작업은 간만 보는 정도로 하여 완성된다. 이에 대해 없던 일은 아니니까 그 위에 살을 붙여서 격식있게 포장해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솔직하게 썼다간 실습을 끝마칠 수 없을지도 모르니 과장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4~50%는 이런 느낌으로 작성했다. 실습일지 작성 후에 곳곳에서 30%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다. 30%는 부풀려 썼지만, 반대로 어느 부분의 30%는 꺼내놓지 않고 100% 표현할 수 없었다.

 

*실습교수님께 이 요양원은 하는 일도 없고 (실습기관으로써) 별로라고 말하니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일지로 기관 활동을 접수한 교수님은 그것을 바탕으로 실습처를 파악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실습 전 교수님께 요양원에 관한 정보를 여쭈었고 괜찮은데라는 답변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교수님도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알아두기 힘든가보다. 수년간 이 지역에서 실습강의하면서 주변 기관에 대한 정보는 빠삭하게 알고 있다고 했었다.  

 

요양원은 대외 이미지를 고려해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나 홍보활동에 과하게 치중한다는 인상이 있었다. 출근하면 할 일 없어서 시간 떼우다 가거나 요양동에 내버려둔 장단기 자원봉사자 친구들을 마주치는데, 한 켠에서 봉사자의 날 행사준비로 바쁜 관계자들의 모습과 대조되어 아이러니했다. 실습·봉사자 전용 캐비넷함은 창고처럼 방치되어 후원 들어오고 남은 자잘한 물건들이 널부러져있었다. 환경미화 지시를 받은 어느 날은 담담생이 요청하길 "보이는데만 대충 예뻐보이게 꾸미면 좋겠다" 

 

그리고 어르신께 직접 점수를 받아야 하는 기관평가회가 있었다. 며칠 전부터 전직원이 합세해 어르신들께 물밑작업에 들어갔는데 눈쌀 찌푸려질정도로 어르신을 구슬렸다. "어르신 점수 잘 주셔야 해요^^" "어르신 뭐라구요? 몇 점(최고 점수) 주면 돼요^^"라는 식으로 학습효과를 위해 상황 반복과 강요를 유도했고, 평가에 좋은 반응을 줄만 한 어르신으로 인원을 선정해 평가회를 치뤘던 적이 있다. "좋게 해줘야지 어쪄~" 속내를 여쭤보니 모두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계셨다. 이런 소란스러움을 은근히 못마땅한 눈길로 지켜보던 한 어르신은 그날부터 더 적극적으로 다른 요양원을 물색하는 모습이었다. 

 

복지기관이니만큼 기관 평가 받는 과제가 힘들고 골치인 부분이라고 하였다. 평판과 등급을 유지하려 애쓰다보니 정작 중요한 어르신을 위한 배려가 순위에서 밀려나 형식과 실적, 연출하기에 급급한 면모가 앞서는 것이 있는 듯했다. 유지를 위한 유지라고 해야하나.. 실적이 사람 잡는 것 같기도 하고. 본의아니게 어르신들이 자주 연출대상으로 소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9.동료

 3주간 3명의 실습동료를 만났다. 세상 좁다고 그 중에 한 명은 대학 동문이었다. 한 분은 따로 하는 일 있는 짬내서 실습나오는 아저씨였고 후에 복지기관 운영할 목적으로 자격증을 따려는 것 같았다. 마지막 실습생은 계열사에서 나온 연구원 아저씨였는데 이 분야에 관련 지식이 많아서 요양원 시스템과 낯선 업계 이야기를 자주 얻어들을 수 있었다. 마침 말도 잘 통해서 내내 거미줄 치고 있던 입에 활력이 돋았다. 우리가 주로 나누는 수다거리는 요양원 어르신의 복지 증진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로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런거 하면 좋겠다, 어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유용하겠다 라는 의견을 신나게 주고받았다. 빈 복도 벽면에 단계별 바형의 봉 설치하기(휠체어 생활에 의지해 하체근력이 부족한 어르신께 가벼운 운동환경 제공), 소모적인 감정소비로 이어지기 쉬운 치매어르신을 위한 소통대체제(감정적으로 지치지 않는 인공지능 로봇을 입양해 말벗되어주기), 정서적 교감이 채워주는 동물케어(삭막한 야외정원 활용, 동물보호단체와 연계해 돌봄환경 만들기, 새로운 봉사일자리 창출효과), 폐스마트폰 활용, 노는 공간에 오락환경 구축 등등 아이디어의 실현가능성 여부보다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자체에 즐거웠고 그런 대화를 나누다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있었다. 오랜만에 피가 통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목적이 통하는 사람과 소통하니 해묵어 잠겨있던 답답함이 뻥하고 뚫렸다. 대화가 잘 흘러간다고 느낀 순간을 되돌아보면 그 이면엔 항상 눈높이에서 대해주는 상대의 보이지않는 배려가 있었다. 허무맹랑한 개선안이랍치고 되도않은 의견을 많이 내놓았는데 경험있는 어른의 연륜으로 더하고 빼고 가지치기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피드백을 도와주었다. 내 상상의 나래를 받아주는 사람이 처음이라서 아주 기뻤다. 동료 선생님 덕분에 실습기간을 유의미한 시간으로 채웠다. 

 

잡스런 대화

-기업은 창의력있는 인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튀는 사람은 곤란, 인재는 일괄적인 면접시스템으로 뽑지 않는다

-공공기관에서 원하는 봉사심은 무급봉사 성격의 헌신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헌신과 실무현실에서의 헌신은 종류가 조금 달랐다, 기관에서 원하는 건 무보수 노동력으로 주말 출근에 임하겠다는 봉사심에 가깝다

-공공기관은 결재 처리가 빠르다, 직인 받을 일이 있다고 하니 공기업은 그런처리가 빠릇빠릇하니 필요하면 바로 다녀오면 된다고 했다

-제조업 생산직 직원들은 월급명세서에 민감하다, 샘이 제조업체에 입사해 맨땅에 헤딩하며 직원관리 할 때 얘기, 나도 공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많아서 무슨말을 하는지 공감갔다, 세상사에 무기력해보여서 돈에도 그리 관심없을 것 같던 어떤 사람이 월급날이 오자 눈빛에 이성이 또렷해지면서 명세서 항목을 조목조목 집어가며 경리과 담당자를 찾아가 따지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다,

-여러 경험이 자산이 됐다, 젊은 시절 본인 업무영역과 하등 상관없는 노무관리 업무를 커버해야 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법전 펴놓고 무작정 부딪히며 해냈던 게 지식으로 쌓여 훗날 커리어로 작용했다, 내 일 아니라고 불만하지 말고 일단 배워두어라

-이 정도 시설이면 호텔이다, 쓰러져가는 열악한 환경의 기관이 널려있다. 

 

 

10.사건

 담당 유니트가 있어도 이리저리 돌아다보면 구분없이 활동하게 된다. 공동거실에서 자주보던 이 옆동네 어르신은 손을 제외한 전신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중이었다. 어느 날 사소한 도움을 청하며 곁으로 나를 불렀고 대수롭지 않게 요청에 응했다. 처음엔 티비 앞에 신문을 짚어달라고 하더니 몸이 불편한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며 다른 도움을 구할 것이 있다며 방으로 유도했다. 어르신의 요구사항은 사물함 정리였고 간단한 정리인 줄 알고 도와드리겠다고 했는데 물건을 다 끄집어내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조금 과하다싶을만큼 요구가 점점 과해졌다. 필요 이상의 일에 응한다는 생각에 담당 요양쌤과 상의 후 할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갑자기 순간적으로 이상한 직감이 스쳐서 선생님 불러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와버렸다. 

 

당시 상황을 묘사하면 나는 사물함, 사물함 문, 출입문, 휠체어 4면 안에 같혀 쭈그리고 있는 상태였다. 어르신 목적이 사물함 정리인 것 치고는 이상하게 요구사항이 시간 끄는 것처럼 디테일해졌고, 정신없이 정리하고 있는 와중에 정수리 위에서 묘하게 관찰당하는 시선, 신체접촉할 수 있는 거리로 휠체어가 은근히 밀착해오며 구석에 몰리는 듯한 그런 종합적인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머리에서 위험신호가 울렸다. 순간적으로 너무 이상해서 직감을 느끼자마자 다른 생각할 겨를없이 몸이 먼저 반응해서 튀어나온 행동이다. 어르신은 내가 나가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웠고, 퇴근할 때까지 패악을 멈추지 않았다. 얘기를 전해들은 간호사 샘이 당황한 내게 조금 부드럽게 대처했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건 내잘못이고 욕먹어도 할 말 없지만 위협을 느껴 본능을 따른 데에는 후회가 없다.

 

하루 아침에 소문이 퍼졌다. 다음 날 출근했는데 여유가 생긴 틈에 한 요양샘님이 조용히 나를 부르며 어제 일을 언급했다. 내가 느꼈던 찝찝함이 맞아들었다. 그 어르신은 요양원에서 성적 파문이 있는 인물이니 웬만하면 엮이지 말고 잘 빠져나오라고 일러주었다. 같은 방 동성 어르신을 건드린 이력이 있는데다가 다른 실습생도 추행 당한 일이 몇 번 있다고 했다. 머리가 아주 치밀해서 꼬투리 못잡을 정도로 계획하에 일을 꾸미는 음흉한 어르신이라고 조심하라는 주의를 줬다.  이런 위험인자를 방치하는 요양원의 조치가 이해가지 않아서 궁금함에 되물었지만 어르신이 치밀해서 절대 그 한 명을 당해낼 수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땐 보통 약물주입으로 잠을 재워 대응한다고 했다. 황당했던 것은 이 문제를 원장님도 알고있다는 사실이었다.

 

선생님은 이 일하며 별 일 다 겪는다며 무뎌진 어투로 말했다. 성추행 문제가 '이런 일'로 묶여 취급당하는데 놀라웠고, 문제의식없이 받아들이는 늬앙스에 왠지모르게 의지를 상실해버렸다. 케어하는 어르신이 문제 일으킬 때 가장 크게 스트레스에 노출될 사람은 요양보호사인데 어떻게 조직의 장으로서 모든 정황을 알고도 위험인자를 방치 할 수가 있는 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매스컴에 보도되는 일 벌어지고 외양간 고치는 시늉하는 조직문화. 윗선 모두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 당장 내 눈 앞에 별일없고 문제될 것 없으니, 내 손 갇다대서 처리하기는 싫으니 큰 사건 터질 때까지 소극적인 방어전으로 가겠다는 구성원들의 집단의식을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규칙 안에서 자기 안위를 지켜야 하는 힘없는 말단 직원들의 처세가 이해됐다.

 

그 날 이후로 약 1주 반 남은 실습 기간을 공포심에 떨며 지내야했다. 그 어르신은 항상 공동거실에 나와 티비시청을 하고 있었고, 내가 근무하는 유니트는 그 거실을 가로질러야 갈 수 있었기 때문에 피해갈 방법이 없었다. 어르신은 분명 몸을 움직이지 못해서 신체적으로 나를 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옆을 지나갈 때면 물리적으로 폭행 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나도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 그러다가 내가 왜 피하지란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때부터는 그냥 다녔다. 숨어다니는 게 찜찜하기도 하고 어쨌든 노하게 만든 원인제공을 했으니 한번 대화하고 깨끗히 마무리 지었다. 이후로는 서로를 모른척했다.

 

 

11.조직소통

 부장님은 무언가를 수확해가려는 듯, 결코 할일없어서 들린 아우라가 아닌 발길을 하고 한번씩 요양동에 행차한다. 그런데 꼭 방문 타이밍이 좋지 못해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잠깐 쉬고있는 틈을 노려 불편한 손님으로 등장한다. 부장님 입장에서는 친근하게 다가가 가벼운 인삿말로 이야기의 맥을 터보려는 시도를 해보지만 벌써 이쪽 무드와 다른 차림새를 하고있는 윗사람의 존재가 불편하기만 하다. 일하는데 건의사항 없냐고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할 사람 누구인가. "그런거 없어요 호호" 자신을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기류를 느낀 부장님은 어색한 웃음을 띄우고 빈 손으로 돌아갔다.

 

상급자는 위치가 드러나 있는 한 현장의 목소리와 소통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직접 나서면 그 아우라 때문에 아랫 사람들이 불편해한다. 상급자는 그 위치에서 놓치거나 닿지않는 부분을 알고싶어할 것이다. 현장 노동자는 그래도 같이 부대끼고 일하는 중간관리자에게는 목소리를 전한다.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할지 말지 여부는 관리자의 판단에 여러부분 달려있기도 하다. 어디서나 연결자 역할을 하는 중간 관리자 몫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요양샘들은 실습생관리에 대한 아쉬움을 자주 표출했다. 실습생들 실습나와서 휠체어 펴는 방법 하나 모르고 돌아가는 게 말이 되냐고, 같이 일하면서 현장 돌아가는 상황을 익혀야 배워가는 게 있는데 무조건 아무것도 시키지 말라고만 하니 우리도 답답하다고.. 어르신 묶어놓는 조치에 대해서도 보호자 동의하에 필요해서 행하는건데 그 사실을 몰랐던 봉사자가 몰래 신고를 넣어서 잡음생긴 적이 있다고 했다. 복지사샘 측에 여러번 개선사항과 요구를 말해봤지만 별다른 피드백을 취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목소리

요양동에 있었지만 요양샘들과 거리를 둔 공간에 있어서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기관을 파악할 수 있는 샘들과 대화할 기회는 소중했다. 여러 샘중에는 포괄적이고 세밀한 시선으로 요양원내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샘이 있었다. 같은 지적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발언하는 것과 불평을 위한 불만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선생님은 얼핏보기에도 육체업무에 어울리 않는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오피스에서 일하는 복장이 더 어울릴법한 인상인데 왠지 연약하고 고운 사람이 육체노동하는 공간에 섞여있으면 더 눈에 띄고 이질감이 든다. 선생님은 섬세한 분별력을 갖고 있었지만 드러내고 앞장서기 싫어해서 웬만해서 감투를 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위치

타이틀없는 깍뚜기는 조직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이점을 갖는다. 맨아랫사람은 사각지대 조각을 쓸어담기 유리하다. 그래서 이런 기회가 나쁘지 않다. 어느 누구도 내에게 잘보일 필요가 없으니 편하게 민낯을 잘 보여준다. 잘 보일 필요없는 사람에게 매너를 지키는 사람과 다소 격없이 대하는 사람.. 나는 가장자리의 그 얼굴들을 담는다. 

 

 

12.그 외

-허술한 관리체제, 감염관리 소홀이 때를 만나 한겨울 요양동에 독감 유행이 번졌고 한동안 폐쇄조치 된 일이 있다.

-한 공익요원이 말없이 휴가를 써서 복지사쌤에게 꾸중을 들었다. 말없이 휴가간 건 잘못이지만 공익입장에서는 나름의 당위성이 있어보였다. 왜냐하면 너무나 그래도 되는 분위기였다. 평소에 공익 관리 안 하다가 지원 필요할 때 보이지 않아서 그제야 결근인 걸 알게 된 모양이었다. 쌍방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세상 좁다고 느낀 일, 부페알바할 때 본 주방담당 이모를 급식차 신입담당자로 만났다. 특유의 목소리를 듣고 알아챘다. 

-"남자요양보호사는 없어요?" "영 못쓰겠더라고. 몇 번 써봤는데 하는 게 섬세하지 못해서.."

-보호자가 자주 와서 얼굴도장 찍으면 직원들도 어르신들 한 번 더 생각해서 챙기는 그런 게 있다.   

-복지기관이지만 정신건강, 정서적 케어에 대한 지지˙인식은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고 느꼈다.  

-매슬로우 욕구 단계를 빌리자면 어르신들 상태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만 겨우 충족된 단계로 보였다. 물리적 환경은 뒷받침됐지만 마음의 양식을 충당할 환경은 마련되지 않았다. 

-프로그램 과제(공예활동):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보니 옆에서 보조로 참여할 때와 느낌이 천지차이였다. 일단 직접 시연하면서 나의 부족한 면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파악할 수 있었고, 내가 구상한 프로그램 방향성과 어르신이 학습에 참여하는 과정을 머릿속으로 피드백해나가면서 어르신의 특성을 세심하게 수집할 수 있었다. '내가 의도한 건 이런 부분이었는데 어르신은 전혀 다른 방향을 보여주시네, 어떤 어르신은 이 부분에서 이런점을 어려워하고 흥미잃는 모습을 보이고, 어떤 어르신은 저런 부분에 활기와 관심을 보이고, 학습 난이도를 너무 높게 잡아서 여러 어르신이 막막해하는 반응이 있고..' 등등 그런 포인트를 체크하면서 어르신 각각의 캐릭터를 한 층 더 잘 구별하게 되었다. 그저 옆에서 간접경험하며 참여할 때와 다른 밀도의 흡수감을 얻었다. 

-어르신들은 소일거리를 하고싶어 했다. 빨래 널어놓으면 삼삼오오 가져다가 켜내기 바쁜 모습.. 일상을 무료해했다.

-요양샘 "일하다보면 허리고 관절이고 다 상한다" "휠체어바퀴에 맨날 뒷꿈치 밟혀서 까진다" 

-요양보호사 규모가 커진다는데 긍정적 의미의 일자리 창출은 아닌 것 같다. 이분들 고생해서 병들면 그것도 다시 사회적 손실이자 책임으로 돌아올텐데.. 사람들의 노동력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느낀다. 

-복지사샘 "앞으로는 종합복지관보다 특화된 기관이 더 경쟁력 있을거야"

-한방치료 도입에 대해 물었는데 한 번 시도해봤으나 맞지 않아서 현재는 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 어떻게 맞지 않는지 궁금했는데 깊이 얘기할 기회가 없어서 구체적인 이유를 듣지는 못했다. 

-주변에 그렇게 많은 요양시설이 있는 줄 몰랐다. 실습하고나서 눈에 채이게 보이는 것이 요양병원이었다.

-애정이 고픈 어르신은 사람을 독점하려고 했다.

-제일 불행한 사람은 자기 할 일 없는 사람, 성취없는 일상, 세상에 필요없어진 사람.. 

-안 되는 이유.. 기관이 지향하는 바를 엿보려면 사보에 적힌 대표인삿말 만한 게 없다. 인공지능 로봇화 시대에 발맞춰 요양원 생활에도 it융복합 기술과 외국의 성공 사례를 적용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실려있었지만 기관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창의혁신은 정반대에 있는 개념이었다. 

-심심한 사람이 핸드폰 만진다. 스마트폰에 매달려있는 아이들은 재밌는 게 없어서.

-실습 전후 인식변화:홈케어 여건이 안되면 기관에 모시고 최대한 자주 찾아 뵙는 게 현실적으로 적합하고 서로에게 이롭다.

-아픈노인이기전에 인격체이다. 직업인으로서 역할에 몰입하다보면 사람 사이의 휴머니즘이 부재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 '나는 돕는 사람, 당신은 도움받는 사람' 의도치않게 시혜적인 태도를 보이는 실수를 하기도.

-외부시선의 필요성:장기근속자로 채워진 집단은 고인물 될 위험성을 안고있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이고 평화로웠지만 순환하는 에너지가 돌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복지사쌤 '우리도 뭔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개발)해보려는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실습일지

실습일지 목록

 

1일차

 

2일차
3일차
4일차
5일차
6일차

 

7일차

 

8일차

 

9일차
10일차
11일차
12일차
13일차
14일차
15일차

스몰노트
List Guest
designed by KH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