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경향이 있다


처음의 자세/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하고 처음 도서관에 갔던 날 도대체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갈피를 잡지못해 난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열망은 가득한데 뭐부터 손대야 할 지를 몰라서 인터넷에서 추천해준 책을 마구잡이로 빌려 보기도 하고, 죽어도 안 읽히는 책을 괜한 책임감으로 완독하는 미련한 독서법을 실천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설렁설렁 한 해 두 해 도서관을 오가다보니 그 세월이 쌓여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의식할 새도 없이 어느덧 내게 맞는 효율적인 독서법을 찾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고 다독한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전 주식에 호기심이 생겨서 평소에 발도 디디지 않는 경제학 코너로 가서 관련 서적을 들춰보았다. 생경한 영역에 들어서면 기본 용어부터 낯설고 생소해서 적응이 어렵다. 그럴땐 도서관에 처음 방문했던 심경을 되짚어 일단 받아들이기 모드로 들어간다. 일종의 공기읽기 작업이랄까. 첫출근 한 신입사원의 자세와도 같은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입을 닫고 무엇을 판단하려는 가지치기 모드는 잠시 넣어두는 게 이롭다. 


이 개념을 초기라는 상징에 적용한다면 삶의 자세에 쏠쏠한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생애 초기인 청년기까지는 일단 주어진 것에 뭐든 열심히 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갈무리는 음식물이 어느정도 소화가 되었을 때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 경향이 있다/황심소 팟캐스트를 듣다가 작은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이런 거(심리테스트)하면 틀린 부분이 많아서 못미덥다는 사람들에게 황교수님의 요점은 "사람을 6~70% 정도만 알아도 많이 안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의견을 접할 때 은연중에 내 관점과 다른 부분에 집중해서 그점에 중점을 두고 '이래서 아니야' 라며 전체를 틀린 것으로 매도해버리는 식의 성급함을 갖고 있다. 몇 해 전에는 비건 커뮤니티에 다녀와서 채식의 유익함을 기록한 적이 있는데 설익은 정보에 확언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고지식하고 꽉 막힌 면모로 비롯된 지난 실수를 떠올리며, 모든 정보는 자기증명 과정을 통해 점검할 여백을 남겨둬야 한다는 교훈을 함께 배운다. 


속단하는 성미에 기어를 놓는 방법으로써 모든 말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붙여보자. '그럴 수도 있지' 효과처럼 받아들임에있어 부드러운 완화작용을 얻을 수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환기할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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