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의 장


 별 주의없이 쓱 한 번 훑으며 길을 걷는다. 곳곳에서 공사중인 풍경을 본다. '행궁동이 밝아졌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낙후되고 후미졌던 행궁동은 어쩐지 무섭고 정이 안 가 될 수 있으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에둘러 다니던 길이다. 그랬던 행궁이 요 몇 년의 주민들의 가꿈 끝에 고즈넉히 산책하며 걷고 싶은 골목이 될 만큼 밝은 정화를 이뤘다. 나는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는 음지 마을에 대해 그 이미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지어왔다. 활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가능성을 닫아둔 채 말이다. 변모하는 행궁의 변화를 따라 내 안의 낡은 선입견도 일견 부숴지고 갱신된다. 사방팔방이 공사판인 장면을 목격하며 재건축의 장으로 돌입한 세태의 면면을 발견한다. '터전을 꾸릴 때와 살림을 채울 때' 허겁지겁 배 채우기에 급급했던 보릿고개 시절을 지나 양질의 음식물에 혀끝이 점차 이끌리듯, 모두가 영양가있는 재료로 살림을 채워넣길 심정한다. 그러나 업데이트 된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받쳐주지 못하는 하드웨어의 시스템이 해묵은 마술사의 들통난 눈속임처럼 고루하게 느껴지는 판국이다. 개선은 질적인 면모의 탈바꿈을 필요로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집단의 윤리의식, 안전을 키워드로 할 가이드라인의 제시가 힘을 발휘할 시점이다.  


@re, construction, inner-quality

스몰노트
List Guest
designed by KH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