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질병


몸이 보내는 신호/ 인도에 다녀온 직후, 내 몸은 갖가지 이상한 증상들로 병들어갔다. 출처 모를 벌레에 물려 온몸을 뒤덮은 각종 상처 자국, 자고 일어나면 심하게 부어 있는 다리와 저림 증세, 속이 차고 체한 듯하며 위가 쪼그라드는 불편한 느낌, 시체처럼 시퍼렇게 질려있는 손바닥의 혈색과 통증, 무엇보다 화룡점정은 밤낮없이 계속되는 가려움증이었다. 너무 긁어대서 손톱에 피와 살이 맺혔어도 긁는 행위를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지경이며 수면욕 또한 가당치 않게 이겨버리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가려움. 독한 약과 함께 끊이지 않는 증상들의 사이클이 두 달가량 지속되자 심신의 체력도 바닥났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 일단락되어 페이스를 찾아가는 듯 하였다. 


이번엔 손이었다. 오갓.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다른 사람 다 멀쩡한데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극심한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병명은 한포진, 저번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병원에 가서 적당적당한 진찰과 약을 처방받고 싶지 않았다. 검색해보니 한포진은 한 번 생기면 완치 불가능한 재발성 고질병인데 약으로 다스리기엔 일시적인 처방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웬만해선 약을 믿지 않는다. 자연치유를 선호하는 편이다. 아무튼 너무 괴로워서 한포진 카페까지 가입을 해서 치료방법을 찾아보았는데 식이를 어떻게 해라, 뭘 먹어봐라, 뭘 발라봐라 하는 수많은 후기 중 눈에 들어오는 글 하나가 있었으니. 자기의 몸을 사랑해줘라. 자기 몸을 소홀히 대하고 이런 병이 오게 된 것에 대해 스스로 미안함을 갖고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말이 그렇게 마음에 들어왔다.




브레이킹 타임/ 모든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잠재되어 있던 그동안의 잘못된 식습관이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다 같이 빵하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것인데 지난날 내 몸속을 차지하는 팔할의 음식이라 함은 무분별한 인스턴트식품과 냉동식품, 고기, 라면, 과자, 밀가루 제품. 곧바로 마음을 다스리며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관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심으로 이 때, 진지하게 나를 내려놓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아팠던 시기에 진정 감사함을 느낀다. 이건 정말 신기한 변화인데 작은 것에서부터 감사함을 찾기 시작하니 탐욕과 불순한 생각이 정리되었고, 올바른 삶의 방향성과 가치가 새롭게 채워져갔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자연을 존중하고 선하게 살아야겠다는 강한 확신도 들었다. 또 내 몸을 다스리는 것만큼이나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도 살아가면서 참 중요한 일이라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다나 포레스트/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사다나 포레스트가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었던 같기도 하다. 비건식에 적응하며 한 번 정화를 겪은 몸이 뒤늦게 명현현상을 보이는가 싶기도 하고,. 사다나에 있을 때 한 언니가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채식을 시작하게 된 것은 스무 살 후반 몸에 나타난 증세 때문이라고, 어느 날 몸에 각질이 일기 시작하면서 신호를 보내왔고 그것을 알아차렸다, 또한 언니도 나와 같이 인스턴트식품을 즐기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노라며. 당시에는 그렇구나 하며 나와는 먼 일이겠지 하며 듣고 넘겼는데 바로 몇 달 후 내가 그와 같은 일을 겪게 되었다. 세상의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지 못하기에 나는 비건이 될 수 없을테지만 채식을 하게 되면서 얻는 이점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사다나는 여러모로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된 공간이다. 


@감사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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