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목포 영암무화과축제 (판매알바 후기)

26일 밤 목포 영암으로 왔다.

수원에서 목포까지 약 3시간 30분.

목적은 3일동안 열리는 목포 무화과축제에 알바하러.

판매알바는 처음이다.

 

 

#1일, 9월 27일

 

아침 6시쯤 되었나. 고요한 시골, 밖에서 들리는 대화소리에 잠이 조금 깼다. 친구 부모님 무화과 따러 출근하는 소리였다. 어젯밤에 우리 맞이하고 주무시느라 새벽 두 시쯤 취침한 것 같은데 벌써 일어나서 어디 나가시나.. 이웃집 소린가.. 비몽사몽하며 다시 선잠.

 

갓따온 신선한 무화과. 요령이 필요한 무화과 포장은 어머니께서 하시고, 친구와 나는 즙을 포장했다. 우리가 준비를 끝내고 하루를 시작할 때, 친구 부모님은 이미 무화과수확을 마친 후 귀가하는 시간. 새벽 4시에 일어나신다고 한다. 

 

 

판매할 물건 트렁크에 담아담아. 오늘은 청무화과만 내놓는단다.

 

 

화성에 외갓집이 있긴하지만 안 간지 오래되기도 했고, 옛날집이 아니라 이런 완벽한 시골의 정취가 그리웠었다. 먼 지방에 친척집 있었으면~ 어젯밤에 목포 오는데 약간 여행오는 기분이었다.

 

 

첫날에는 11시 쯤 출근했다. 축제장 입구다. 오른편엔 행사 무대와 운영관리 부스, 왼쪽으로 들어가면 판매업체가 몰려있다.

 

 

쭉 들어가서 판매부스 끝쪽은 식당가임. 어르신들 일찍부터 와서 낮술하고 계신다. 오른쪽으로 가면 경주장이다.

 

 

첫째날 디피. 첫날은 적응하는 날. 친구 하는대로 따라하기. 알바한다고 왔는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 낯가리고 내성적인 성격에 판매직은 생각해본적이 없던터라 민폐끼치고 가면 큰일이라고 또 걱정하며 오픈. 

 

홍무화과 위주로 찾는 사람들. 홍무화과가 없으니 관심을 잃고 가버린다. 아침에 청무화과만 가져가라는 어머니께 친구가, 사람들 분명 홍무화과 찾는다며 챙겨가야 한다고 했다. 미끼상품으로 홍무화과 조금 마련해뒀음 좋았을 뻔 했다. 판매경험자의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유난히 적은 관광객. 친구가 올해는 사람이 너무 없다며 장사가 안 된다고 시름한다. 일부러 돈주고 고용한 알바인데 매출이 적으니 알바로서 마음이 좋지 않다. 영업이 잘돼야 알바도 흡족하고 웃을 수 있는데~   

 

 

바닷바람으로 습한 공기, 당장 바다에 뛰어들어도 될만한 더위. F1경주 보려면 저 입구로 올라가서 보면 된다.

 

 

갓따온 싱싱하고 상태 좋은 청무화과. 판매를 하려면 제품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니까 종류별로 다 시식해보았다. (참고로 무화과 처음 먹어봄).  제품력이 괜찮아야 권하면서 죄책감 들지 않기 때문에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알바의 입장이지만, 이상한 물건 갖다 팔으라고 하면 양심에 찔려서 마음이 가볍지 않다. 사기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그 부분에서는 마음이 놓이므로 자신있게 어필했다.  

 

점심은 라면과 김밥. 현장에서는 뭘 먹어도 맛있다~

 

 

오후가 되니 사람이 조금씩은 는다.

 

그리고 손님인 줄 알았던 중년의 남자분, 패키지 디자인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것 저것 묻는다. "이거 누가 디자인 했어요?" "다 개인적으로 만들어서 쓰는 거예요?" "식품포장에 라벨도 이렇게 검정색으로 하면 안 돼요~" "지금 사람들이 무화과를 어디걸로 알고있는 지 알아요?" "이거 다 부모님이 고생해서 농사짓는건데 우리가 잘 만들어 드려야죠." 자세한 상황은 밑에.

 

잠깐 손님이 몰려 정신없는 틈에 고개를 들어 옆쪽을 보니 링을 만드는 것 같다.

 

 

첫날의 피로, 수면부족, 무더위로 6시쯤 방전됐다. 말이 급격히 없어짐. 그리고 본격 날이 저물자 공연장이 시끄러워진다. 초대가수는 화제의 인물인 미스트롯 출연자들. 송가인만 들어봐서 그 분 이름말 알고 다른 사람은 누군지 모른다.

 

9시에 문을 닫고 마감했다. 출퇴근 후 또는 일하는 중간중간 아기 케어하면서 여기저기 신경쓰는 친구가 대단하다. 난 내한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2일, 9월 28일

 

주말엔 둘러보고 빠져나가는 단체관광객 손님이 꽤 있어서 일찍 나가는 게 좋다고 한다. 9시쯤 출근. 짐을 내린다. 홍무화과도 라인업 됐다. 시세에 맞춰 물건들도 가격재조정에 들어갔다. 아침부터 엄청 덥다. 

 

개시 준비 중에 단체손님이 왔다. 무화과를 찾는데 청과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 시간맞춰 버스로 돌아가야 하는 신데 단체 손님들은 몇 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첫 손님을 놓쳤다. 쓰리다.. 

 

 

 

이틀째 디피. 하루 일하고 조금 여유 생겼다고 경쟁업체 둘러보며 비교도 해보고 고칠 거 수정한다. 사람들 시선이 테이블 아래쪽을 잘 살펴보지 않아서 플랜카드를 뒷편으로 옮겨 붙였다. 붙이고 보니 옆에 액자작업한 사업자등록증 따위가 걸려 있으면 고객신뢰향상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길게늘어진 '카드결제가능'이란 문구보다 명시성 좋게 간단히 '카드환영'으로 수정체크, 층층이 쌓아올린 무화과보다 알맹이가 보이도록 비스듬히 세워서 셋팅하기, 가격표는 캘리로 제작해두고 깔끔하게 꾸밀것 등등.. 개선점이 계속 보여서 옆에서 친구를 귀찮게 함.

 

이외에 말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과한 오지랖인 것 같아 자제.. 개선해서 능률이 오른 환경을 생각하면 행복이랄까.. 즐겁다.

 

청과 100% 착즙한 무화과즙은 한박스에 50개입이다. 3만원이라는 거저주는 가격임에도 불구, 갯수가 부담스러운지 꺼려 낱개판매로 변경했다. 즙이 판매부진인 원인은.. 자체에서 약간 한약맛이 나는데 온도가 미지근해서 그 텁텁함이 더 도드라졌다. 시식한 손님들 표정이 '더워죽겠는데 왠..엑~' 시원하게 슬러쉬처럼 마시면 괜찮은데 그 멘트는 이미 먹히질 않고.. 미리 냉장보관해서 준비했으면 더 팔리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상대로 홍무화과를 보고 오는 손님들이 꽤 많다.

 

 

킥복싱 토너먼트 경기. 축제를 풍요롭게 하는 프로그램들. 수명의 장정들이 붙어 뚝딱뚝딱 만든 무대가 금세 철거됐다. 초대가수 규모, 불꽃축제등 행사 한 번 치르는데 인력과 비용이 어마하게 들어가겠구나 생각했다.

 

 

점심시간. 잠시 어머니가 오셔서 카운터를 봐주셨다.

 

 

포장을 기다리는 탐스러운 무화과들. 이렇게 카운터 뒷 편에 늘어뜨려놓은 무화과 바구니도 연출의 한 가지가 된다. 물건만 테이블에 띡 올려놓는 것보단, 뭔가 더 신선할 것 같고 제대로 공수해서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으니 구색맞추기에도 좋아보인다. 

 

어머니께선 통이 크다. 모두 넉넉하게 드려라~ 즙도 2만 5천원으로 내리고, 무화과 시식도 한 덩이씩 쥐어 주란다. 멋지다. 친구가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하니 어머니께서 "원래 한 가지만 놓고 팔아야 잘 돼~"라고 하신다. 그런가?

 

 

화장실 오가며 한번씩 경기장 구경. 보니까 사운드에서 오는 짜릿한 쾌락감?이 있다. 풍뎅이 오억마리가 귀에서 윙윙대는 느낌인데 스트레스 풀림.

 

 

부스에 선풍기와 전구조명이 추가됐다. 축제장엔 사람들이 화장실 가는 길을 많이 묻는지 이정표도 생기는 등 틈틈이 환경이 업그레이드 됐다. 역시 처음부터 완벽한 건 없고 이러면서 현장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갖춰나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주기적으로 행사 관계자들 및 정치인이 라운딩 돌며 악수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나는 가만있지 못하는 스타일에 호기심이 많아서 주변을 꼭 정찰다녀야 한다. 장사 잘 되는 집을 관찰한 결과, 무화과박스는 5칸 이상 쌍아둬야 멀리서 눈에 띄고 푸짐해보였다. 4칸 올렸더니 빈약해보이는 감이 있다. 그리고 전문적이라는 인상이 뭍어나야 눈길을 더 준다. 나도 사실.. 개인이 나와서 하는 플리마켓st 제품에 눈이 잘 가지 않는다. 아마추어스러운 이미지 때문인 게 커서.      

 

 

위에서 바라본 축제장 전경.

 

 

살구빛 석양. 아름다움.

 

 

둘째날의 무대피날레는 EDM공연이었다. 공연관람객 평균 연령대 장노년층.. 그리고 edm 음악.. very hip..!!

 

그리고 불 난 것이 아닙니다. 불꽃파티입니다..

 

부스는 8시 30분쯤 마감했다. 9시까지 채우고 싶었는데.. 적응해서 덜 피곤했다. 

 

 

 

 

#3일, 9월 29일

조합장님이 관광객이 너무 없어서 미안하다 사과한다. 그리고 판매가격 제한 걸려있었던 홍무화과는 오후부터 자유라고 알려주심.

 

마지막 날은 말랭이에 주력하기로 했다. 청과는 많이 내오지 않아서 금방 매진됐는데 내내 찾는 분들이 많으셨다. 

 

그리고 3일째되니 하루종일 무대에서 떠들어야하는 사회자분도 아무말 대잔치를 하기 시작한다. 더워서 넋이 빠질만도.. 피식피식 웃음이 남. 고정멘트도 외워버림. "월출산의 정기를 이어받고 클레오파트라가 즐겨먹었다던 무화과에는.. 항암효과와 피부미용에 좋은~"

 

화과농원 주력상품인 무화과 말랭이. 시식해본 손님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맛있다고 한 인정받은 말랭이다. 반건조오징어처럼 촉촉하게 말려서 쫀득한 식감을 살렸다. 친구가 고르게 잘 말리는 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고 했다. 이렇게 고생스럽고 정성스럽게 만든 것 소비자에게 잘 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난 또 친구를 귀찮게 했다. 

 

 

태풍을 예고하는 구름. 몰랐는데 아랫지방엔 벌써 태풍이 7번이나 지나갔다고 한다. 

 

마실나온 아저씨들. 농사지어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건실한 체격 그리고 그것을 더욱 대비시키는 하얀 와이셔츠 위의 군청색 양복. 야생의 무드를 뿜어내는 수트차림이다.

 

 

선풍기가 점점 커진다. 첫날은 대체 어떻게 버텼지~ 어머니가 말했듯 말랭이만 깔아놓으니 손님 모여드는 집중도가 높아졌다. 오늘은 수원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동시간 생각해서 일찍 철수해야 했다. 4시쯤 마감세일에 들어갔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세일하자마자 건져가는 손님들이 운이 좋다 싶었다.  

 

또, 우리 물건 기억해주고 잊지않고 다시 들려서 사가는 손님들의 마음이 고맙고 그랬다.

 

 

나는 뭐살때 판매하는 사람들이, 남는 거 없다는 말을 잘 믿지 않았는데 해보니 정말 남는 것이 없네. 그리고 할인 들어간 물건을 깎고 또 깎는 손님들을 대할 땐 흠.. 친구는 그냥 주라고 했지만.. 아닌 건 아니어야하는 소인배 내 속은 내키지 않았음.   

 

식당가에서 사온 간식. 닭꼬치 맛없게 만들기가 더 힘든일일텐데.. 조금 심했다! 

 

3일째. 이제 일 좀 하는 것 같고 재미를 느끼는데 끝나버렸다. 내 적성은 현장감 있는 공간에서 활동적으로 하는 일이 잘 맞는 것 같다. 육체적으로 힘들긴한데 활력이 생겨서~~  그렇게 3일 간의 판매알바. 내가 언제 목포에서 무화과를 팔아보나~~ 좋은 경험이었다.

 

 

 

 

 

 

 


#운영 및 시설

-저조한 관광객. 돼지열병과 태풍여파로 날짜를 미루면서 목포지역 축제기간이 서로 겹쳤다. 작년 주최지였(다)던 유동인구 붐비는 시민공원과 달리, 올해는 F1경주장이 있는 외진 구석에 무대를 열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유도 낮은 참여율의 원인같다.

 

-외국인 관광객 10%에 그치긴 하나 축제장에 영어공용어로 된 안내 설명이 없어서 글로벌한 느낌이 덜했다.

 

-화장실이 인적드문 위치에 있고 조명센서가 금세 꺼져서 암흑정전. 범죄발생위험. 

 

-바닥이 자갈밭으로 깔려있어 상대적으로 불편한 착장을 한 여성손님들 활동감에 불편을 주는 경향, 세 번 오갈길을 한 번 걸을 효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주로 걷기 편한 블록길로 지나다녀서, 판매업체가 몰려있는 쪽으로 잘 오지 않았다. 부스 앞 라인에 멍석이나 처막을 설치해뒀으면 손님유치나 편의제공 완성도면에서 만족스러웠을 듯.

 

-9월 말에 폭염날씨. 축제장에 아이스방 운영하면 인기 터질 듯.

 

-경기를 타지 않는 어린이 장난감 부스. 꾸준한 손님방문.

 

-농협(대기업)이 왕이다?  농협이 다해먹는다? 친구가 어머니께 다음에는 농협 옆자리 뽑으라고..

 

 

 

 

#영암 무화과는..

-지역브랜딩 강화와 협력의식 필요성. 축제 첫째날 조사나온 모대학 교수님 왈,

 

 '안으로 지역주민(소상공인)과 군이 공생하고, 밖으로 소비자 신뢰 얻으려면 '영암산' 이미지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 때. 소비자에게 인증효과 심어주는 정보 등을 패키지디자인에 공유하여 모든 업체가 공동사용해야 한다. 개인단위로 이렇게 따로 나와서 팔면 다같이 죽는다. 많은 사람들이 무화과가 해남산인 줄 알고, 영암 무화과의 시장 점유율과 입지가 떨어지고 있다. 의견 모아 어필하면 군에서 디자인 소모비용, 마케팅 등 연계지원해줄텐데 가장 중요한 업체 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보고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 규모있는 업체는 자본력이 있기 때문에 협조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표님들 주연령대가 어르신이기 때문인지 협력 시스템 중요성에 인식이 낮고, 설득해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듯 하다. 바쁘게 농사짓는 분들이라 말해도 금세 까먹고, 행사 관련 진지하게 의논할 토론자리가 잘 만들어지지 않나보다. 열정을 불태우며 발로 뛰는 지역사랑 넘치는 교수님의 노력이 결실을 이루길. 

 

 

-본래 목포 영암이 무화과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나도 처음 앎) 그러나 홍보기획에 미흡해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옅어지는 반면 조직적 협력으로 성장중인 해남 무화과의 입지가 커지는 있는 위기에 처함.

 

 

-무화과는 청무화과, 홍무화과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알이 작지만 당도높고 찰져서 농축된 맛이 나는 청무화과와 단 맛은 떨어지지만 수분감이 높고 삼삼해서 물리지않게 먹는 매력이 있는 일반적으로 널리알려진 홍무화과. 뭘 좀 아는 목포사람들은 청무화과 먹지 홍무화가 안 먹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삼삼하게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는 홍무과가가 입맛에 맞았다.

 

 

-청무화과는 바나네, 홍무화과는 도후네라고 불린다.

 

 

-최상품 구별법. 똥꼬가 별모양으로 예쁘게 갈라진 것.

 

 

 

 

#느낀점

-해마다 진화하는 제품군. 젊은피(자식손자) 수혈되는 부스는 확실히 빠른 감각을 가져 전략적이었고, 다양한 무화과활용식품 개발, 판매루트 확장하며 발빠르게 카페나 식당에 남품사업 중에 있었다. 친구는 축제 참여 3년째인데 "처음 말랭이 했을 땐 아무도 파는 사람이 없어서 장사가 잘 됐는데 이제는 너도 나도 들고나와서 경쟁력이 없어지려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망 집중. 오프라인 판매의 한계. 판매부진에 시기상 이유도 있지만 그것만이 매출감소의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대세는 온라인.. 오프에선 홍보(보조)에 치중하고, 온라인에서 수익(메인)을 얻자. 

 

 

-디테일의 차이를 느낀 순간은 많았다. 일에 적응하며 어떻게 하면 장사가 더 잘 될까.. 나름의 작은 시도같은 실험을 해보았다.

 

1. 손님 타겟에 따라 호객멘트를 달리하면 효과적. 호객 오피셜 멘트는 "무화과 드셔보세요"나 "시식해보세요"인데 때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수정해서 써봤다. 젊은분들 지나갈 땐 '말랭이'를 강조해서 "말랭이 한 번 드셔보세요~"하면 '어? 말랭이?'하면서 관심보이며 사가는 확률이 높았다. 무화과 잼도 그런식으로..

 

2. 영업방식은 손님 성향을 고려해 유연하게 적용. 어떤 손님에겐 이런 응대를 어떤 소님에겐 저런 응대를.. 하다보니 3일째에 감이 조금씩 왔던 것 같다. 이건 아주 별 것 아닌 전략인데, 부스가 한적한 상태에서 손님이 시식할 때 일부러 쳐다보지 않거나 두 명이 겹쳐서 관심응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손님으로 갈 때 주목받는 그런 응대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둘러보는데 부담갖지 말라는 마음에서.

 

3. 시식 없는 판매 없다. 시식판 뚜껑 열어놓고 열어놓지 않는 차이로 손님이 표하는 관심도가 달랐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조차도 시식뚜껑이 닫혀있으면 굳이 열어서 먹지는 않으니까. 시식 후 30%는 바로구매, 20%는 시간 차를 두고 오는 잠재고객, 50%는 단순 관광객이었다.

 

4. 연출 아닌 것이 없다. 영화 프레임 안에 보이는 모든 게 미장센이라면 부스에 세팅된 모든 건 판매율을 올리는 연출이다. 경쟁업체를 둘러보며 디스플레이와 영업방식을 벤치마킹하며 나날이 업그레이드 해갔다. 미세한 차이가 가져오는 변화에 재미를 느낌.

 

 

-손님입장과 판매자입장의 차이. 손님일 때, 따라붙어서 응대하는 판매자가 부담스러워서 자리를 뜬다. 내 옆에 오지 말았으면.. 판매자일 때는 달랐다. 일단 무조건 정성스런 응대! 손님이 오면 오고 말면 말고~라는 태도로 자유롭게 놔두면  부스에 파리 날린다. 손님 지나가거나 오시면 얘기도 건네고, 시식할 때 옆에서 설명도 하고 이래야 판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더라. 가만히 자리만 지키고 있는 부스는 상대적으로 영업이 부진했다. 

 


-3분의 중요성. 영업개시시간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아침타임엔 잠깐 들렀다가는 단체손님이 짧고굵게 휩쓸고 간다. 둘째날, 오픈은 했는데 무화과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큰손 단체손님들을 옆집에 놓쳤다. 손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구매성향. 여성고객님은 꼼꼼 조밀, 남성고객님은 듬성듬성 쿨. 판매자입장에서 더 나은 건 남자손님이긴 하다. 웬만하면 크게 따지지 않고 쿨하게 훑어보고 기분 좋으면 뭉텅이로 결제하신다. 가족단위로 같이 오면 구매결정권은 보통 여자에게 있다. 아이가 있으면 아이호불호에 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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